또다른 환율 변동성 안정책 조선사 환헤지…'정부 지원' 한목소리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노요빈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 부근으로 오를 경우를 대비해 조선업체를 비롯한 수출업체들의 환변동성 대응 여력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기 평균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환율이 급등하면 조선사 등의 선물환 한도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는 만큼 미리 한시적으로 확대해 고점에서 환헤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 정부 선물환 한도 지원 필요성…특별한도 방안 거론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우량 조선사 등 수출업체의 환율 변동성 대응을 위해 1년 정도의 기간 특별 신용한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량한 수출업체도 환율이 단기 급등하면 선물환 매도에 따른 평가 손실이 커져 신용한도를 쓸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량한 수출업체도 환율이 급등할 때는 한도 부족을 우려해 선물환 매도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환율이 하락할 때 달러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처럼 환율 변동성이 커질 때만 특별 한도를 부여한다면 수출업체들이 환헤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로 신용 한도 확대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일반적인 한도 확대가 쉽지 않았다고 은행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외환 세일즈 담당자는 "작년 연말까지 환율이 많이 오르면서 수출업체 신용한도를 늘리는 조정 작업은 계속 진행했다"며 "은행 심사부와 함께 발 빠르게 대응하긴 했으나, RWA 이슈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까지 환율이 높아지는데 조선사 선물환 매도 물량이 잘 안 나오는 것 역시 RWA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작년 연초에 달러-원 전망치가 1,280원, 1,300원 정도였다"며 "그런데 연말에 환율이 크게 올라왔다 보니 환 헤지를 해야 하는데 못 한 기업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를 사야하는 쪽도 제때 달러를 못 사고 해를 넘기면서 스텝이 꼬인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중공업 선물환 한도 지원으로 안정 도모
조선사들의 선물환 매도 관련 신용한도는 과거에도 달러-원 환율이 급등할 때면 주목받아왔다.
외환당국은 지난 2022년 9월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했을 때 조선사 선물환 매도 물량에 대한 시중은행 신용 한도가 부족해지자 기존 거래처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국책은행을 통해 조선사에 대한 신용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지원했다.
이런 조치는 당시 수주 소식이 잇따랐음에도 선물환 거래 경로가 사실상 막혀있던 조선사들이 선물환 매도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환율 급등기에 국민연금 환헤지와 함께 조선사들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올해에는 미리 한도를 확보하는 노력이 이어졌으나 지난해 연말 이후 달러-원 환율이 예상 밖으로 급등하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6월 12개 금융사가 15조원의 선수금 환급보증(RG)을 공급하고, 5대 시중은행이 11년 만에 중형 조선사 RG 발급을 재개하는 등 방안을 담은 조선업계 금융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말 기준으로 약 65% 한도가 소진된 상태로, 향후 한도 소진이 예상되면 은행 간 협의를 통해 추가 한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RG 한도뿐 아니라 환헤지 특별한도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환율 1,500원 불안 잔존…트럼프 충격 선제대응 의미도
아직 은행권에서 수출업체들 신용한도가 소진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으로 급등하면 한도가 급격히 부족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환율이 1,500원이 되면 신용한도에 영향이 생길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환 포지션을 잡지 않고 있는 배경엔 신용한도 이슈가 그 이유 중의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환율 상승 기대는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환율 변동 위험이 있는 시기에 1년 동안 환헤지 특별한도가 부여된다면 수출업체 달러 매도 물량이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업체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면 외환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높은 달러-원 환율은 신규 수주 선박의 이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외화여신 사용금액 증가로 여신한도 사용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을 대비한다면 정부 지원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기에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 못지않게 수출업체들이 높은 수준에서 환헤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환율을 안정시킬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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