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공, 한국물 흥행 바통터치…'듀얼 트랜치' 전략 통했다
8억달러 글로벌본드 발행 성공
韓 정치 불안, 美 고용 부담 '이상 무'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국내외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물(Korean Paper) 투자 열기는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달러채 북빌딩(수요예측)에서 견조한 투자 심리를 확인하면서 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차츰 옅어지고 있다.
발행사의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국내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면서 시장 불확실성도 커졌다.
주택금융공사의 부담도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듀얼 트랜치(tranche) 등 시장 친화적 전략을 펼쳐 올해 첫 조달을 무사히 마쳤다.
◇정국 혼란 완화하는 대외 신인도, 투심 견조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전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8억달러 규모의 소셜 글로벌본드(144A/RegS) 발행을 확정했다.
북빌딩에는 최대 5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몰리는 등 글로벌 기관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북빌딩 초반 아시아에서부터 이미 상당한 주문이 유입된 데다 유럽과 미국 등 이외 지역의 수요도 견조했다는 후문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조달이 수월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한국 발행사들의 외화 조달 부담이 커졌다. 지난주 한국수출입은행의 첫 공모 달러채 발행으로 우려가 다소 걷히긴 했으나 해당 이벤트가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일렀다.
지난주 미국 고용지표 발표 후 국채 금리가 급등한 점도 부담을 키웠다. 12월 비농업 고용이 시장의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 올해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내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투자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출렁이는 시장 환경에도 주택금융공사는 북빌딩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이후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의 지표 발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의 각종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조달을 서두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금융공사의 올해 첫 외화 조달은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다수의 글로벌 기관이 북빌딩에 참여해 주문량을 끌어올렸다.
연초 기관들의 자금 집행 기조 속에서 아시아 발행물로는 흔치 않은 AA급 채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는 평가다. 정치적 혼란에도 AA급 한국 펀더멘탈에 대한 신뢰는 여전했던 셈이다.
◇듀얼 트랜치로 전방위 투심 겨냥…KP 조달 청신호
주택금융공사의 듀얼 트랜치 전략도 이번 흥행을 뒷받침했다.
주택금융공사는 트랜치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과 변동금리부채권(FRN)으로 나눠 다양한 기관의 투자 수요를 잡았다. 최근 FRN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면서 발행물 또한 많아졌다는 점을 포착해 조달에 반영한 것이다. 주택금융공사가 글로벌본드를 FRN으로 찍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FRN의 가산금리(스프레드)는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에 90bp를 더한 수준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가치(fair value)보다 2bp 낮은 금리를 형성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FXD는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63bp를 더했다.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은 제로(0) 수준이다. 앞서 정치 혼란으로 투자자가 한국물에 요구하는 NIP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연초 유동성을 바탕으로 관련 부담을 덜어낸 모습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발행물이 유통시장에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인 점도 한국물에 대한 투자 매력을 북돋웠다. 수출입은행은 지난주 올해 첫 공모 달러채 발행 주자로 시장을 찾아 30억달러의 대규모 조달을 마쳤다.
수출입은행에 이어 주택금융공사도 달러채 흥행을 확인하면서 한국물 후발주자의 부담은 한층 더 옅어질 전망이다. 뒤를 이어 현대캐피탈·한국산업은행이 달러채를, 대한항공은 사무라이본드(수출입은행 보증), 하나은행은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조달을 준비 중이다.
주택금융공사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크레디아그리콜, HSBC, ING증권, JP모건, 한국산업은행이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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