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내각 인선에 투영된 경제 관련 주요 정책 구동력
1기 '전문성·고른 등용' 중시 VS 2기 '어젠다에 대한 공감·로열티' 최우선
(시카고=연합인포맥스) 김 현 통신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한다. 트럼프는 미국 45대 대통령에서 이임한 지 4년 만에 47대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복귀하는 이례적 역사를 쓴다.
재선 무산 후 4년 만에 다시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하는 사례로는 그로버 클리블랜드(1885~1889·1893~1897·민주) 이후 132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거대 양당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권 교체가 빌 클린턴(1993~2001) 때부터 조지 W.부시 행정부(2001~2009)를 거쳐 버락 오바마(2009~2017) 때까지 24년간 8년 주기로 이뤄지다가 2017년 이후 4년 주기로 짧아지면서 정책 일관성은 약화됐고, 시장은 기어 변속을 하느라 분주하다.
다만 2017년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백악관에 첫 입성했던 트럼프는 이번엔 '앞서 4년 임기를 거치고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진 재선 대통령'으로 돌아온다.
2024 대선에서 공화당이 백악관과 연방 상·하원을 모두 석권함에 따라 트럼프 2기 어젠다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추진될 전망이나, 1기 궤적을 살피고 제대로 비교 분석하면서 대응해나갈 수 있다.
이에 트럼프 2기 내각 인선의 특징 및 1기 때와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경제 관련 주요 정책 구동력을 짚어보려 한다.
◇ 1기와 2기 내각 인선 기준 차이
트럼프는 1기 내각 구성 당시, 분야별로 최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 진영에 갇히지 않은 고른 인재 등용을 강조했다가 뒤통수 맞는 결과를 안았다.
실제로 1기 내각 지명자 일부는 연방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부터 자신의 견해가 트럼프 공약 또는 트럼프 시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와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등은 당시 인준 청문회에서 동맹 관계·러시아 도발·이란 핵 협정 등과 관련해 독자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초대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와 후임자 윌리엄 바는 트럼프가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트럼프는 2024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이들에 대해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내가 선택해서는 안될 인물들이었다"고 털어놓았다.
1기에는 정치권에 '측근'으로 분류할만한 사람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트럼프는 정치 초년병, 워싱턴의 이단아였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여전히 기성 주류에 속해 있지 않지만 정치권 내 지지 기반은 대폭 확대됐다.
2기 인선은 충성도를 최우선 했다는 평을 듣는다.
트럼프는 정책별로 결이 같은 인물, 어젠다에 대한 로열티가 검증된 인물,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초대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션 스파이서는 최근 한 주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내각 지명자들은 각자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트럼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 1기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2기 내각 지명자들은 트럼프와 트럼프 어젠다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부연했다.
일례로 2기 국무장관 지명자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연방 상원의원)는 인선 발표 후 "국무장관의 임무는 대통령이 정한 외교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내무장관 지명자 더그 버검(노스다코타 주지사)은 16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 영토 내 에너지 자원 개발과 생산을 극대화하겠다는 트럼프의 목표를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일컬으며 적극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 사법 전쟁 막아줄 법무장관
트럼프는 2017년 취임 초부터 민주당 측이 제기한 각종 민사·형사 소송에 휘말려 길고 지루한 '사법 전쟁'을 치렀다.
2기에는 사법 전쟁으로 시간을 낭비하거나 정책이 뒷걸음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각오한 트럼프는 "사법 체계의 무기화 관행은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며 충성도 높은 젊은 강경 보수 맷 게이츠를 법무장관 첫 번째 선택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당 소속 케빈 맥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을 주도했던 게이츠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자질 논란이 일자, 게이츠는 지명된 지 8일 만에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어 트럼프는 측근 중 한 명인 팸 본디 전 플로리다 검찰총장을 신임 법무장관 후보로 다시 지명했다.
본디는 2011년 플로리다 최초의 여성 검찰총장으로 선출됐고 재선을 통해 2019년까지 재임했다. 그는 재임 기간 오바마케어 위헌 소송을 추진하고 동성결혼 반대 투쟁을 벌였다.
트럼프와 10년 이상 인연을 쌓았고, 2020년 트럼프에 대한 첫 탄핵이 추진됐을 때 변호인단으로 일했다.
트럼프는 본디를 '미국 우선주의 파이터'로 칭한 바 있다. 정치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해온 '충성파' 중 한 명이다.
본디는 15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법무부를 정치적으로 무기화 했다"면서 자신이 법무장관에 취임하면 법무부의 당파성을 종식하고 정치적 이유로 표적 수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미국 경제 총괄, 재무장관
트럼프는 2기 경제 사령탑으로 글로벌 투자사 키 스퀘어 그룹(Key Square Group) 창업자인 헤지펀드 매니저 스콧 베센트를 지명했다.
월가는 베센트 지명에 환호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매크로 투자자 출신 베센트가 주식시장에 협조적 입장을 취하면서 트럼프의 경제 정책들을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기대를 보이고 있다.
베센트는 치열한 물밑 경쟁을 뚫고 재무장관 자리에 올랐다. 그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감세·관세 인상·규제 완화'로 정리할 수 있다.
베센트는 16일 연방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친(親)성장 정책·규제완화·세금 감면 등을 통해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며 협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센트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지키는 한편 지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베센트는 1991년부터 2000년까지 헤지펀드계 거물이자 미국 민주당 '돈줄'인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에서 일했다. 그는 2011년 소로스 펀드에 재합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내고 2015년 키 스퀘어 그룹을 창업했다.
2015년까지 민주당 후원자였던 그는 2016년부터 트럼프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2024 트럼프 대선 캠페인에서 경제 자문역을 맡았다.
트럼프는 2024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2017년 제정된 세금 감면 및 일자리 창출법(TCJA), 일명 '트럼프 감세법' 연장을 약속했다. 트럼프 1기 최대 업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 TCJA는 연장 조치되지 않으면 올연말로 만료된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사회보장 혜택과 서비스 노동자의 팁 소득에 대한 과세를 폐지하고 법인세율을 추가 인하할 방침이다.
베센트는 친(親)암호화폐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작년 7월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의 핵심은 자유와 자율성"이라며 "이는 공화당 정신과 매우 잘 맞는다"고 말했다.
베센트는 재무장관 지명에 앞서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모든 디스인플레이션 정책과 가격 조정이 결합되면 물가는 2% 목표에 도달하거나 그 이하로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생각을 누누이 밝혀왔다.
트럼프는 '협상의 귀재'로 불린다.
영국 레스터대 정치학 교수 G.R.베리지는 저서 '외교 원리와 실제(2014)'에서 협상을 외교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강조한 바 있다.
◇ 관세·무역 정책 이끌 상무장관
트럼프는 2기 관세 및 무역 정책을 이끌 상무장관에 월가 투자금융사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을 지명했다.
그는 재무장관 후보 하마평에도 오른 바 있다.
트럼프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러트닉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표했었다.
러트닉은 대학 졸업 후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한 지 단 8년 만인 1991년, 설립자 버나드 캔터의 신임을 얻어 CEO에 올랐고 1996년부터 회장직까지 겸임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자, 관세 옹호론자이자 암호화폐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러트닉은 트럼프의 오랜 후원자로 2024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 선거자금 7천50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작년 8월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 의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트럼프가 대선 승리를 확정한 후 신임 행정부 핵심 요직 인선에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러트닉이 내각 지명자들의 충성도를 확인하고자 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트럼프는 러트닉을 상무장관에 지명하면서 "그간 인수위 공동 의장 역할을 매우 정교하고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평하면서 "앞으로 신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및 무역 의제를 이끌어가는 동시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부는 트럼프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수입 관세 인상 조치를 집행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러트닉은 트럼프의 2024 대선 유세장에서 "미국은 소득세가 없고 관세뿐이었던 125년 전에 훨씬 더 위대했다"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러트닉은 지난 9월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는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놀라운 도구"라며 "미국 정부는 미국 근로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국가 안보·이민 정책·대통령 경호 책임, 국토안보부 장관
트럼프는 국경·불법 이민자 단속에서부터 대통령 경호까지, 국가 안보 및 영토 내 공공 안전을 총책임질 국토안보부 수장으로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발탁했다.
노엄 역시 강경 보수 성향의 충성파로 분류된다.
노엄은 트럼프의 2024 대선 러닝메이트 하마평에도 오르내렸다.
국토안보부 산하에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민세관단속국(ICE)·비밀경호국(SS)·연방재난관리청(FEMA)·미 해안경비대(USCG) 등이 속해있다.
관세 집행·이민 관리 등은 트럼프의 주요 정책과 연결돼있다.
특히 2024 대선 캠페인 도중 필라델피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골프장에서 2차례나 암살 위기를 겪은 트럼프는 비밀경호국 지휘권에도 신경을 썼을 것이다.
노엄은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2018년 사우스다코타주 최초의 여성 주지사가 됐고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사우스다코타주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봉쇄령을 내리지 않은 미국내 7개 주 가운데 하나다. 노엄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도 강제하지 않았다. 그는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7월 밀워키서 열린 2024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우리를 위한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 지지를 표했다.
노엄은 '국경 차르'로 내정된 톰 호먼과 함께 국경 보안 강화 정책을 펼 예정이다.
이민 정책은 미국의 경제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미국내 불법 이민자 숫자 감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US뱅크 어셋 매니지먼트 수석 투자전략가 롭 호워스는 "대규모 추방을 위해서는 인력과 재정이 필요하다"며 "또 하나는 체류 신분과 상관없이 이들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노동시장의 일부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노동 인력 총공급이 감소하면 임금이 오르며 인플레이션을 가열시킬 수 있다.
동시에 불법 이민자 감소는 주택 임대료 상승 압력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킬 수도 있다.
이민 조치는 대부분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가능하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 빠르게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과 규모 등은 아직 미지수다.
◇ 숫자로 보는 트럼프 2기
트럼프는 2024 대선에서 7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미시간·네바다·애리조나를 모두 이겨 전체 선거인단 총 538명 가운데 312명을 확보하며 승리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26명 확보에 그쳤다.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와 주류 매체들의 예측은 이번에도 크게 빗나갔다.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2016년 대선 승리 당시보다 8명 더 늘었다.
개별 유권자 투표 수는 총 7천730만3천573표로, 2016년 6천298만4천828표, 2020년 7천422만3천975표보다 더 많았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 역대 최다 득표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바이든 득표수 8천128만3천501표에는 못 미치지만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 숫자를 순수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별로 보면 트럼프는 2024 대선에서 50개 주 가운데 31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중남미 불법 이민자 추방을 최우선 공약 중 하나로 앞세우고도 라틴계 유권자들로부터 공화당 후보 중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AP집계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4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 42%의 지지를 얻었다.
앞서 공화당 대선 후보 가운데 라틴계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조지 W.부시(2004) 전 대통령의 40%를 웃돌았다.
라틴계 표심은 절대 다수가 민주당에 가있고 2024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소속 해리스 지지율이 56%를 차지했다.
하지만 해리스 지지율 56%는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라틴계 표심 최저치로 확인됐다. 2004년 존 케리가 기록한 민주당 대선 후보 최저 득표율 58%보다 낮다.
반면 라틴계의 트럼프 지지율은 2016년 28%, 2020년 32%에서 2024년 42%로 급상승했다.
유권자들은 합법 이민 문호는 넓히돼 불법 이민자는 제한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은 2024 선거에서 상원 의석 100석 가운데 53석을 확보하며 4년 만에 다시 상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하원에서도 전체 435석 가운데 220석을 획득,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트럼프 2기 내각 지명자들은 연방 상원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연방 상원은 지난 14일, 내각 지명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 본격 착수했다.
인준안은 각 상임위원회 과반이 찬성할 경우 본회의로 넘어가고 전체 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최종 통과된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첫 취임한 2017년 9월 유엔(UN) 총회 기조 연설을 하면서 "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항상 미국을 최우선에 놓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각 나라의 리더로서 항상 여러분 나라를 최우선에 놓고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당시 그는 "각기 다른 국가가 동일한 문화·전통·정부 시스템을 공유하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다만 자국민의 이익과 다른 모든 주권 국가의 권리를 동시에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한 그가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고립주의 또는 선민주의와 온도가 사뭇 달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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