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채권시장과 싸움으로 시작…달러, 협상카드 되나
  • 일시 : 2025-01-17 09:11:06
  • [트럼프 2.0] 채권시장과 싸움으로 시작…달러, 협상카드 되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강수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뉴욕채권시장이 피하고 싶은 대통령이었을지 모른다. 경기 부양과 재정 지출, 관세까지 중첩된 그의 정책은 승기를 겨우 잡은 물가와의 전쟁을 재차 심화시킬 수 있어서다.

    그의 취임이 다가올수록 채권시장은 싸움을 거는 모습이다. 금리를 높이며 트럼프 2.0 정책의 모순을 지적한다. 달러 약세를 도모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고금리와 강달러의 연결고리를 '협상'으로 끊어낼지 이목이 쏠린다.



    ◇ 1기 취임 때보다 두 배 높은 금리 받아 든 트럼프

    17일 연합인포맥스 해외금리 일별 화면(화면번호 6533번)에 따르면 이달(~15일) 10년 만기 미국채 평균 금리는 4.6857%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이 예상치를 대폭 뛰어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불식되면서 한때 4.8%를 웃돌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트럼프 1기 정부가 들어설 때는 미국채 10년물 평균 금리가 2.4271%였다. 두 번째 집권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약 두 배 높은 금리를 받아 든 셈이다. 2001년에 취임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트럼프 당선인은 21세기 들어서 가장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4년 전 바이든 행정부의 1.0676% 금리와 매우 큰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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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고금리는 일정 부분 트럼프 당선인이 자초했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대선 상대 후보 대비 곱절 많은 재정적자 전망에 무자비한 관세까지 모두 채권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취임 첫날부터 각종 정책의 드라이브를 걸 그의 성향을 고려하면 긴장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용시장까지 호조라서 이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중단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현지에서는 채권시장이 트럼프 후보에게 힘을 과시하는 국면으로 해석한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라는 임계점을 넘으면, 경기와 주식 및 주택시장까지 모두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 언론들은 영국채권시장이 리즈 트러스 전 총리를 사임시킨 사건과 비교한다. 뉴욕증시 주가지수를 자신의 성공 척도로 판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변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영국 프라이빗 뱅크 부츠의 릴리안 초빈 자산 배분 책임자는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확실히 5%에 도달할 것"이라며 "매우 큰 재정 적자로 인해 위험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달러화, 2년여만에 최고치…트럼프 관세·금리정책 주목

    달러화의 향방도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행정부가 추진할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인플레이션,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달러 인덱스는 작년 9월 말 100선에서 저점을 찍은 후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13일에는 110.178로 오르며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저점 대비 약 10% 상승한 수준이다. 2022년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킹달러' 현상이 극심한 시기였는데 당시 고점인 114.787은 현 수준에서 5% 정도 더 오른 수준이다.

    현재 달러화 강세에는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우려,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 둔화 가능성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 확대와 관세 정책 등은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달러화의 추가 강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ING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높은 미국 금리가 결합해 달러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2025년은 달러 버블에 추가적인 공기가 주입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최근 2개월 사이 달러 전망치를 두 차례나 수정하며 올해 달러화 가치가 5%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달러화 강세에 주요 통화 가치는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맞물려 미국 외 국가들에서 자금이 이탈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달러 강세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IG마켓은 달러 인덱스가 기술적 지지선인 105.91 수준까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달러화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며, 관세 정책의 실행 강도와 신흥국 통화 대응, 주요국과의 무역 관계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본다.



    ◇ 고금리와 강달러는 한 몸…딜레마 빠질 수도

    달러 패권을 쥔 미국의 고금리는 글로벌 시장의 자금을 흔드는 역할을 한다. 무위험 상품인 미국채로 돈을 끌어모은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달러인덱스(DXY)는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연합인포맥스 달러 인덱스(화면번호 6400)과 미국채 금리를 결합해보면, 과거부터 정도의 차이만 있지 커플링(동조화)을 거스르긴 어려웠다. 이번 대선 결과로 나온 트럼프 트레이드 역시 강달러를 수반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하지만,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은 달러 약세를 원한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강달러를 용인해야 하는데, 임기 내내 이를 받아들일지가 미지수다.

    결국 달러를 매개로 협상에 나선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 인상에 실패해도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좌절한 트럼프가 다음 시나리오로 달러를 떨어뜨리는 유일한 방법인 연준의 금리인하 가속을 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즈호은행의 다이스케 카라카마 연구원은 올해의 블랙스완(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플라자 합의 2.0'을 꼽았다.

    그는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회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의 달러 강세-엔화 약세 흐름을 견제하는 것 정도는 미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jhlee2@yna.co.kr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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