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英금융시장 불안 고조에도 LDI사태급 위기 가능성 낮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영국 금융시장이 연초 국채금리 급등과 파운드화 약세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2022년 9월 LDI(부채연계투자·Liability Driven Investment) 사태와 같은 심각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17일 한국은행 런던사무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영국 금융시장 불안은 글로벌 요인과 영국 내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월 2일부터 14일까지 32bp 상승하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인 4.92%(1월 9일)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달러-파운드화 환율은 2.4% 하락하며 2022년 9월 LDI사태 이후 최저치인 1.21달러를 기록했다.
한은 런던사무소는 이러한 금융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세 가지를 지목했다. 우선 재정 우려다. 영국 정부의 중기 재정목표 달성에 필요한 완충자금 여력(headroom)이 최근 금리상승으로 거의 소진됐다.
완충자금 여력은 정부가 재정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확보해둔 여유 자금을 의미한다. 영국 정부는 2024-25 회계연도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겠다는 중기 재정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지출이나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99억 파운드의 완충자금을 확보해두었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국채 이자 비용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완충자금의 대부분이 소진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99억 파운드의 완충자금 중 89억 파운드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향후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정부의 대응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우려가 최근 영국 금융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현 노동당 정부가 집권 이후 의욕적으로 발표한 작년 가을 예산안에서 추가 세금 인상이나 지출 삭감 등의 정책 후퇴가 불가피하나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어 재정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
국채 수급 불균형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영국 국채의 평균 만기가 약 14.6년으로 미국(6.2년), 독일(7.6년) 등 여타 주요국 대비 길어 장기물 국채 발행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실시된 30년물 국채 입찰은 1998년 이후 최고 발행금리에도 불구하고 2023년 말 이후 최저 응찰률을 기록했다.
또한 국채 시장에서 헤지 펀드와 해외 투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에 금리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난해 말 파운드화 강세 전망에 따라 유입된 패스트 머니 유출도 환율 변동성을 키웠다고 봤다.
지난 2022년 9월 LDI 위기 이후 연기금펀드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연기금 투자가 감소했으나 해외 투자자와 헤지펀드의 영국 국채 투자 비중(22년 9월 29.5% →24년 9월 32.2%)이 커졌다.
또한 대미 무역 적자국인 영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제한적일거란 예상에 지난해 말 파운드화 강세 전망이 우세했다.
경제 펀더멘털 약화도 영국 금융 불안의 주범으로 꼽혔다. 지난해 하반기 영국의 성장세가 예상을 하회한 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2.3%)와 재정적자(4.7%)의 쌍둥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화됐다.
물가 측면에서는 상반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재정 정책 영향으로 디스인플레 진정세 정체가 예상되는 점도 금리 상승에 기여했다고 한은은 부연했다.
다만 한은은 이번 금융불안이 2022년 LDI 사태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고유 요인에 의해 금융 불안이 증폭된 측면이 있지만 시장 동향이 대체로 글로벌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동안 미국과 독일의 국채금리도 각각 22bp, 29bp 상승했으며 유로화 환율도 0.4%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한은 런던사무소는 평가했다.
2022년 9월 LDI 사태 당시에는 영국 10년물 국치 금리가 3일만에 100bp 상승했으며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하는 등 다른 주요국 시장과 탈동조화됐다고 짚었다.
한은은 LDI 사태 이후 연기금펀드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고 최근 시장 가격의 약세 속도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영국 금융불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앤드류 브리든 영란은행 금융안정담당 부총재는 "영국 국채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채권시장은 글로벌 요인을 반영하여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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