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통화스와프 목소리 나오지만…급하지 않은 이유
  • 일시 : 2025-01-20 15:26:55
  • 고환율에 통화스와프 목소리 나오지만…급하지 않은 이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달러-원 환율 고공행진에 외환시장 일각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시장의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므로 통화 스와프가 시급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450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로도 100원가량 높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 안정 차원에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통화스와프가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스와프레이트 이론가 수준…달러 유동성 부족하지 않아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외환 자금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달러-원 3개월물 스와프레이트는 마이너스(-)1.5% 수준으로 통안증권 91일물에서 SOFR(3개월) 금리를 차감해 산출한 이론가(-141bp)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원화보다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 이론가를 웃도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 은행의 팀장급 딜러는 "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오히려 원화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외화예금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거주자외화예금은 1천13억 달러로 전월 대비 28억7천만 달러 늘어났다.

    특히 달러화예금은 38억 달러 증가했다.



    ◇ "통화스와프, 연준이 제시하는 조건 먼저 봐야"

    또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맺는 협정으로, 뚜렷한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 국제경제학회 기조연설에서 "미국 연준이 신흥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때는 세 가지 조건을 본다"며 현재 상황에서 스와프 체결이 쉽지 않은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연준은 우선 글로벌 달러 유동성 부족 여부를 본다. SOFR-OIS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져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위기처럼 달러 경색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상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둘째로 해당 신흥국이 단순한 환율 절하를 넘어 심각한 금융·경기 불안을 겪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불안이 미국 경제에도 역효과(spill-back)를 줄 수 있다고 연준이 판단해야 한다.

    이 총재는 "멕시코나 브라질은 미국의 뒷마당이어서 이들이 흔들리면 미국이 크게 영향을 받지만, 현재 우리나라만의 문제로는 스와프 체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스와프은 외교 관계가 좋다고 해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당시에도 한국이 미국과 일대일로 받은 것이 아니라 9개국과 함께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가 일부 통화 대비 더 많이 절하된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로 대부분 통화가 절하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통화스와프를 강력히 요구하면 오히려 한국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위기 이후 미 의회는 연준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통화를 공급한 것에 대해 엄청난 비판을 쏟아냈다"며 "통화스와프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는 쪽의 명분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 FIMA 레포도 있다…"통화스와프 없어도 달러 조달 가능"

    연준이 도입한 FIMA(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 레포 제도도 통화스와프를 대체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으로 꼽힌다.

    FIMA 레포는 해외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연준으로부터 달러를 빌리는 제도다. 최대 600억 달러까지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IMA 레포는 지난 2023년 3월 실제로 활용됐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당시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최대 2천억 프랑(2천150억 달러)의 유동성 지원을 약속했는데 같은 기간 FIMA 레포 잔액이 일주일 만에 600억 달러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SNB가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이 제도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SNB는 연준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상태지만 신속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FIMA 레포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도 해당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한은은 2021년 말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이후 FIMA 레포 이용에 대해 연준과 합의했다고 공표하며 이를 통화스와프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 "스와프로 환율 하락? 미국이 달러 약세 용인해야 가능"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달러-원 환율이 단숨에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환율 상승이 달러 유동성 부족이 아닌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일본 엔화도 대체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은행의 다른 외환딜러는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국인 해외 투자 등 실수요가 환율이 내려가지 않는 원인"이라며 "한미 통화스와프만으로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글로벌 달러 강세에 불편함을 느끼는 메시지가 있다면 환율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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