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30억달러 SSA 채권 발행…초우량 투자자도 굳건
韓 정치불안·美 변동성 속 초우량물 지위 재확인
연이은 KP 점보 딜 행렬, 시장 확대 효과 톡톡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산업은행이 3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발행에 성공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국제기구·기관(SSA) 발행시장을 찾아 초우량물로서의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SSA 발행시장은 주요 투자자 또한 초우량 기관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달러채보다 참여자가 제한적이다. 한국 정치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 민감도가 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배경이다. 다만 산업은행이 30억달러라는 대규모 조달을 무사히 마치면서 SSA 시장에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3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3년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과 5년 변동금리부채권(FRN)으로 각각 9억달러, 12억달러, 9억달러 규모다.
3년물과 5년물은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미드 스와프(MS)에 각각 57bp, 76bp를 더했다. 이에 따른 쿠폰 금리는 3년물 4.625%, 5년물 4.875%다. 5년물 FRN은 SOFR에 76bp를 더했다.
최초제시금리(IPT)는 3년물과 5년물 FXD, 5년물 FRN 각각 58bp, 77bp, 77bp 수준이었다. SSA 채권은 타깃 금리대로 IPT를 제시해 실제 발행 스프레드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
주요 투자자의 선호를 반영해 FXD의 금리 기준점 역시 미국 국채금리(T)가 아닌 SOFR MS로 설정하는 것도 특징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2일 유럽 장 개시 후 북빌딩에 돌입해 전일까지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하루 동안 북빌딩을 진행하는 일반적인 달러채와 달리, SSA 발행물은 이틀에 걸쳐 시장을 찾는다.
SSA 채권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공채 수준의 입지를 인정받는다.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연기금 등 안정성이 높은 초우량 기관이 주요 투자자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물 최초로 SSA 발행시장에 진입해 해당 스타일로 달러채를 찍고 있다. 올해도 SSA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이머징마켓(EM)이 아닌, 선진시장(DM)으로의 도약을 지속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조달로 올해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제외한 최대 규모의 발행을 마쳤다. 연초 글로벌 채권시장 활황 속에서 해외 SSA 채권 발행 또한 이어지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SSA 발행사 자체가 흔치 않은 실정이다.
발행이 수월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산업은행 조달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앞서 한국물 달러채 발행이 무리 없이 이뤄지긴 했으나 SSA 시장은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선 아직 해당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인 산업은행이 30억달러의 대규모 조달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 발표에 따라 금리 인하 강도 등에 대한 관측이 뒤바뀌면서 시장 변동성도 극대화됐다. 연초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국채금리가 이내 급락하면서 크레디트물에 대한 투자 매력이 옅어졌다.
녹록지 않은 대내외적 환경이었지만 산업은행은 30억달러의 대규모 조달을 무사히 마쳤다.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의 SSA 투자자를 두루 포섭해 물량을 확보한 결과다.
산업은행은 발행 스프레드를 유통물과 유사한 수준까지 끌어내려 더욱 눈길을 끌었다. 산업은행의 경우 유통물이 동일 등급 크레디트물보다 낮은 금리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스프레드 측면의 부담이 컸다.
이어 이번 발행에서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형성하면서 가격 측면의 입지 또한 재확인했다.
산업은행의 발행으로 한국물 시장에는 이달에만 두 건의 점보 딜(jumbo deal)이 성사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첫 공모 한국물 발행주자로 30억달러를 찍은 데 이어 산업은행 또한 동일한 규모의 조달을 마친 것이다.
과거 한국물 시장에서는 10억달러 이상의 빅딜(big deal)만으로도 수급 부담을 우려하곤 했다. 하지만 한국물에 대한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물량 측면의 소화력이 한층 개선된 모습이다.
더욱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해외 시장에서 사실상 동일한 크레디트물로 여겨지곤 한다. 이에 한국물 시장이 확대됐어도 두 발행사가 단기간에 총 60억달러를 조달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SSA 시장 진출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수출입은행 발행물에도 SSA 기관의 유입이 상당하지만, 아직 해당 시장으로 완전히 자리를 옮기진 않은 상태다. 두 발행사가 각기 다른 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하면서 한국물 시장이 양질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
산업은행의 발행까지 무사히 마무리되면서 연초 한국물 조달을 둘러쌌던 우려는 한층 옅어질 전망이다. 다만 한국물 시장 전반의 흥행 강도가 이전보다 주춤해졌다는 점에서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시선도 나온다.
산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했다.
이번 딜은 BoA메릴린치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MUFG증권, 스탠다드차타드가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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