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용재 국금센터 원장 "국가 신용등급, 모니터링 강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국가신용등급 변경 위험에 대비해 모니터링과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2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외화유동성 지표들이 견조하고 지금은 과거와 달리 여건이 바뀌었다"면서도 대외 신인도와 신용등급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금은 환율이 좀 내렸지만 관세 문제를 비롯해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세지거나 현재의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되면 약간의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신용등급 문제가 논란이 되거나 조정이 나오면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1999년 4월에 설립된 후 지난 25년간 국제금융시장 모니터링과 대외위기관리 전문기관으로서 주요 글로벌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국제금융시장이 급변동을 보일 때 비상 체제로 신속하게 대응해왔다.
지난해에는 센터의 대외조기경보지수(EWS)를 10년 만에 개편했다. 각종 변수를 추가하고 주기를 3년, 5년으로 함으로써 위험측정 방법과 관리 체계를 보완했다.
글로벌 네트워크에도 공을 들였다. S&P, 피치 등 신용평가사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등 글로벌 경제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특히 AMRO의 금융연구기관 네트워크 가입으로 13개 회원국의 연구기관들과도 협력할 토대를 마련했다.
올해 이 원장이 가장 관심을 두는 키워드는 '환율, 트럼프, AI'다. 특히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후 외부에서도 가장 많이 물어보는 이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AI를 어떻게 센터 업무에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33년 공직 생활을 이어왔던 그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에서 근무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만 4회 가까이 담당한 경험도 있다.
추경과 관련해 그는 "그 때는 코로나19 시기라 추경을 안 할 수 없는 시기였고 지금과 좀 상황이 좀 다르지만 재정의 역할을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재정 건전성과 재정의 경기보완 기능 중에서 경기 보완 기능이 좀 더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경 필요성뿐 아니라 추경을 무슨 목적에 맞게 집행할지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한국경제가 위기 국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정상화될 수 있도록 대외위기관리 기관으로서의 센터의 역할을 빈틈없이 충실하게 수행할 것"이라며 "새해에는 우리 국민과 한국경제에 위험 신호보다 밝은 희망의 소식을 전하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제35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 원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국고국, 정책조정국, 공공정책국, 예산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 이코노미스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을 거쳐 지난 2022년 9월부터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다음은 이용재 원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국면에서 국제금융센터는
계엄, 탄핵 정국에 변동성 커진 금융시장 주요 위험 요인 분석과 내부 대외조기경보지수(EWS) 변화를 밀착 감시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는 국내 정치 리스크라는 특수성과 그 파급효과의 중대성을 감안해 적극 대응 중이다.
또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변경 위험에 대비해 모니터링과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정책당국이 추진하는 해외 한국경제설명회 개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외 신인도 우려와 국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은
신용등급 더블A 국가에서 계엄령이 나온 것은 부정적일 수 있지만 한국 경제를 오래 지켜봤다면 신중하게 할 것 같다. 지금은 정부에서 국가 신용등급 부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2월, 3월 지나면서 신용평가사들의 의견이 나올 것으로 생각돼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경로로 설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시브 자금의 경우 중요한 투자 요인 중 하나가 국가 신용등급이다. 등급이 조정되면 자산 시장의 투자 자금, 특히 채권 자금이 조정이 이뤄지므로 불안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나라가 (정치 상황이) 계속 프로세스대로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새해 전망 키워드로 '트럼프 피봇'을 꼽았는데 한국 영향은
센터는 작년 말 2025년 세계 경제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키워드를 '트럼프 피벗'으로 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져올 세제(전면적인 인하), 무역(관세 공격적 강화), 산업(빅테크, 대기업 친화적), 이민(이민자 제한, 국경통제 강화), 에너지(친환경 정책 후퇴), 규제(완화), 외교(고립주의 강화, 국제기구 탈퇴)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종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의 전환이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하려는 게 무역수지 개선 문제인데 미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 순위를 매기고 있다. 지난 5년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이 크게 증가한 만큼 흑자 규모를 줄이라는 압력이나 환율 압력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경기 침체나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작년에 비해 저하되고 물가상승률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해외기관들의 전망치 평균을 살펴볼 때 성장률은 1.7%, 물가상승률은 1.8%로 경기침체나 디플레이션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더욱 부진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원화 펀더멘털의 가장 큰 리스크는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 대외 신인도 불안이, 대외적으로는 미국 통상환경 악화 및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주요 리스크로 보인다.
주요 대외건전성 지표와 외화 유동성 관련 지표들은 대체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외환 보유액 감소 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외환보유액은 대규모 순대외금융자산 상태를 감안하면 현 수준(12월 4천156억달러)으로도 충분하지만, 오랜 기간 유지해온 4천억달러를 밑돌 경우 불안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4천억달러는 빅피겨에 대한 심리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환율이 높이 뛰면 충격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었지만, 우리나라가 순대외 채권국이 됐고, 외화유동성 지표들을 보면 지금은 여건이 바뀌었다.
◇환율 1,500원 가능성은
대내외 여건 변화에 일시적으로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단, 환율이 높아질수록 외환당국, 국민연금에 대한 경계감도 같이 커지는 양상을 보여 1,500원대의 높은 수준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참고로 싱가포르계 UOB의 1,510원 전망을 제외하면 글로벌 대형 IB 중 1,500원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는 기관은 없다. 정점 통과 시점을 언제로 잡고 있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를 정점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며, 상반기 중에서는 2분기가 더 많다. 예상 정점 통과 시점은 대내적으로는 탄핵 심판 관련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과 일치하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과 비슷하다.
◇올해에도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주목할 부분은
미 연준이 작년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했음에도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작년 9월 중순 3.6% 수준에서 현재 4.6%로 약 100bp 상승했다.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곳은 미국 주식시장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미국 주가의 PER은 21.8배로 지난 10년간 가장 놓은 수준에 있으며 이를 주도한 빅테크, 인공지능(AI) 업종은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2022년과 같은 큰 폭의 조정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금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 외에 투자할 곳이 있나. 미국 주식시장이 변동성을 겪을 수 있지만 투자할 때 대체할 시장이 없는 상황이라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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