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관세 파장 분석에 분주한 월가
(뉴욕=연합인포맥스) 트럼프 행정부가 예정대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월가는 파장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 동부 시간 기준 오는 4일 자정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월가는 트럼프가 4일 자정부터 시행하기로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1일부터 발효할 수도 있는데 왜 굳이 4일까지 여유를 뒀냐는 것이다.
월가 일부는 트럼프가 여전히 협상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해 4일로 날짜를 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일(현지시간) 투자노트에서 "현재로선 관세 부과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4일 관련 행정명령이 발효되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타협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은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는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경제적 피해와 마약 펜타닐 유입 억제라는 조건 등을 고려할 때 일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과정에서 마약 펜타닐을 중요 문제로 삼았다. 미국 북부와 국경을 맞대는 캐나다와 남부 국경을 맞대는 멕시코를 통해서 펜타닐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그 제조 원료를 중국이 공급하면서 미국인들이 마약에 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에만 마약으로 사망한 미국인이 10만7천명을 넘었고 그 중 약 70%는 펜타닐을 포함한 마약성 진통제(opioid)가 원인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단속된 펜타닐은 거의 2만1천900파운드에 달하는데 대부분은 미국 남부 국경에서 압류됐다고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밝혔다.
달리 말하면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류 관리에 캐나다와 멕시코가 유의미한 조치를 취한다면 고율 관세는 철회되거나 유예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버코어ISI의 사라 비앙키 전략가는 주말 간 투자 노트에서 "이번 관세 발표는 의심의 여지 없이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면서도 "관세가 실제 전면적으로 발효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를 향해 막판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소매산업리더협회(RILA)는 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이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광범위한 관세는 미국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4개국은 2월 4일 이전까지 합의에 이르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과 워싱턴 D.C.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의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지 파악하는 중이다.
세금정책센터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2026년 미국 가계의 세금 공제 후 소득은 930달러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예상치의 약 1% 미만 수준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메리 러블리 수석 연구원은 "관세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기는 어렵다"며 "이번 관세의 일부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매장 선반에 진열된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터슨의 이코노미스트 워린 맥키빈과 마커스 놀랜드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이 관세로 보복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동안 미국 경제는 550억달러 정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2천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윗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연말까지 연간 상승률이 3%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관세 대상국의 보복에 더 높은 관세로 대응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모든 수입품에 10% 또는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세금정책센터가 작년 10월 실시한 분석에선 트럼프가 전 세계의 모든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상품에 60%의 세금을 부과하면 올해 미국 가구의 평균 비용은 3천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슨연구소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보복 관세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중국은 과거에도 보복 관세를 강행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관세와 그것이 초래할 피해는 실제로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단지 얼마나, 누구에게 피해가 가느냐의 문제일 뿐 결국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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