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현의 채권분석] 갑자기 드리워진 매의 그림자
(서울=연합인포맥스) 7일 서울채권시장은 전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곱씹으며 등락하겠다.
통화정책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중단기 구간 위주로는 약세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전일 국내 장 마감과 맞물려 전해진 이 총재의 외신 인터뷰 발언은 꽤 매파적이었다고 평가된다.
이 총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을 공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 조건부일 뿐, 새로운 경제지표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신정부의 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고려할 때 원화 절하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경기 부양 효과뿐 아니라 환율 변화가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폴리시 믹스'를 강조하며, 경기 부양을 위한 15조~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을 재차 밝혔다.
2월 금리 인하를 확신하던 시장은 이 총재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일 3년 국채선물은 동시호가를 거치며 상당히 밀려 약세 전환해 마감했다.
이제는 지난 1월 금통위 이후 약 3주 동안 이 총재의 스탠스에 변화를 준 요인이 무엇일지가 관건이다.
우선은 달러-원 환율 레벨과 변동성이다.
달러-원 환율 레벨은 최근 관세 이슈에 따라 급등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달러-원 환율이 정규장에서 두자릿수 변동성을 보인 날은 총 4일이나 된다.
그중 지난달 31일에 21.4원 급등, 이달 3일에 14.5원 급등, 5일에 18.6원 급락 등 최근 일주일 간에만 총 3일이다. 그야말로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낸 흐름이 이어졌다.
레벨 자체도 지난 1월 금통위 당시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던 1,400원 중후반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 환율은 레벨과 변동성 그 무엇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공개된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대다수 금통위원이 환율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짙게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관세' 이슈의 경우 우려보다는 완화적이라는 시각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경계심은 가득한 상황이다.
전일 정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미·중 관세 현실화 이후 별다른 협상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글로벌 달러가 강해진 데 영향받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타격받는 관세 이슈는 구체화되지 않은 바 있어, 관련 경계심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8일쯤부터 석유와 가스, 반도체, 철강 등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내용과 수위에 따라 환율의 급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율의 급등은 사실 물가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하며 주목도가 다시금 높아진 상황에서, 물가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
여기에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한 상황도, 환율 측면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여지를 축소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시장에서는 여전히 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소수의견이나 포워드가이던스 등을 통해 향후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해서는 매파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간밤 글로벌 시장에서는 영국 금리 인하 여파가 영향력이 컸다.
영국 잉글랜드은행(BOE)은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25bp 인하했는데, '빅컷(50bp 인하)' 소수의견이 2명이나 등장했고 그중 대표적인 매파 위원이 속해있다는 사실에 영국 국채(길트)는 크게 강해졌다.
다만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가 표결결과를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라고 견제하자, 길트 금리가 급격하게 반등했고, 미 국채에도 여파를 미쳤다.
다행히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재무부 국채 발행계획(QRA) 관련해 국채 발행 규모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안도감을 키웠다. 그러면서 강달러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거래일 미 국채 2년 금리는 2.5bp 오른 4.2160%, 10년 금리는 1.6bp 오른 4.4380%를 나타냈다.
한편,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일주일간 신규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은 계절조정 기준 21만9천명으로 전주대비 1만1천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21만3천명)를 웃돈 결과다.
이날 장중 물가채 입찰이 1천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이날 밤에는 미국의 1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발표된다.(금융시장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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