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금융위기 때보다 나쁜 민주당 지지자 소비심리
(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미시간대가 매달 예비치와 확정치로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금융시장이 그다지 신경 쓰는 지표는 아니다. 매월 약 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진행해 산출하는 이 지표는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와 전망을 측정하는 게 목적이다.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현재 경제 상황과 전망 등 두 가지 주요 구성요소로 이뤄진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달하는 만큼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심리 변화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신력이 높은 연방 정부 자료도 아니고 표본도 제한적인 이 지표에 대해 금융시장은 통상 추이만 확인할 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지난 7일(현지시간) 미시간대 2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가 발표된 후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는 급락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불과 30분도 안 돼 1%포인트 가까이 낙폭을 확대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에 대한 반응치고는 이례적으로 민감했던 것이다.
시장은 소비자심리지수의 하위 구성 요소 중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점에 주목했다.
2월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3%를 기록하며 전월의 3.3% 대비 1%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며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개월 연속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지난 14년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1개월 사이에 1%포인트 이상 상승한 사례는 5번뿐이라는 점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금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창궐 이후 2022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뒤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 추세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해당 지표가 마지막으로 4%를 웃돈 시기는 2023년 11월, 한 달 사이 상승률이 1%포인트 이상 급등한 시기는 2023년 10월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꾸준히 둔화해 작년 11월에는 2.6%까지 꺾인 터였다. 이는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의 급반등에 시장이 과민 반응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및 이민 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UBS의 폴 도노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말 간 배포한 투자 노트에서 "만약 농업 노동자들이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과 폭스 뉴스 팀이 그들의 농장을 급습할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들은 일하러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노동자가 줄어들고 작업 일정이 방해받으면 식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이는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가킨다"고 말했다.
도노반은 또 미국인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이 관세 인상 전에 물품 구매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을 우려해 가격 인상 전에 미리 지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노반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관세로 물가가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해 사전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소비자 심리와 지출 데이터가 시사했다"며 "내구재 구매 패턴은 소비가 '앞당겨지고' 있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미시간대학교의 조엔 후 디렉터는 내구재 구매 여건이 전월 대비 12%나 미끄러졌다며 "부분적으로는 관세 정책의 부정적 여파를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소비심리는 트럼프의 당선 이후 뚜렷하게 악화했다.
미시간대의 자료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작년 10월 91.4였으나 올해 2월 58.9까지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심리지수의 하위 지수인 소비자기대지수도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2월 들어 41.6까지 굴러떨어졌다. 작년 10월의 93.1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50포인트 넘게 급락한 것이다.
지난주 발표된 수치는 예비치로 월말 확정치에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의 소비자기대지수가 41.6까지 내려앉은 경우는 적어도 지난 20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나왔던 2008년조차 최저치가 43.0이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0년 7월에도 최저치는 45.5였다. 그만큼 민주당 지지자들의 소비 기대 심리는 트럼프 체제에서 최악으로 꺾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은 급등했다는 의미다.
미시간대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관세 인상 전에 물품 구매를 서두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조사를 보면 이같은 현상은 미국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시카고부스리뷰에 따르면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40%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앞서 물품을 비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약 3명 중 1명은 가격 인상에 대비해 돈을 따로 저축해둘 것이라고 말했다.(진정호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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