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 시작됐지만…'전략 노출' 우려는 기우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최대 480억 달러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시작됐지만 전략의 모호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지의 규모와 방식이 고정된 것이 아니며 기존의 전술적 헤지에 대한 기금운용본부의 재량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초 전략적 환헤지의 구체적인 실행 시점이 노출돼 기금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국민연금은 전략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시장에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는 연금의 선물환 매도로 추정되는 상당량의 달러가 공급됐으나 이달 들어서는 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달 선물환 매도가 전략적 헤지가 아닌 전술적 헤지일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전략적 헤지가 발동됐다면 기계적으로 헤지 물량이 나와야 하지만 선물환 매도가 균등하게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다만 국민연금의 전략적 헤지는 선물환 매도뿐만 아니라 한국은행과의 외환(FX) 스와프를 통해서도 실행할 수 있다.
시장에서 선물환 매도 물량이 보이지 않더라도 한은과의 FX스와프 형태로 전략적 헤지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전략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은 기존의 전술적 헤지 포지션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133억 달러의 전술적 헤지(달러 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 헤징 시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전술적 헤지 포지션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전체 헤지 규모가 감소할 여지가 있다.
전략적 헤지가 해외 자산의 '최대' 10%까지 가능하다는 점도 전략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은 약 4천800억 달러로 최대 480억 달러까지 전략적 헤지가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이 물량이 10개월 동안 매월 약 48억 달러씩 집행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헤지 규모는 최대치에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전해진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는 외환시장 수급에서 뚜렷한 환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국민연금이 매 거래일 1억~2억 달러씩 선물환을 매도하더라도 시장에 즉각적 충격을 줄 만한 규모가 아니다. 가시적이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라면서도 "다만 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특히 글로벌 달러 약세 국면에서 달러-원 환율의 하락 속도가 여타 통화보다 가파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도 "FX스와프로 헤지가 진행되더라도 국민연금의 신규 달러 매수 수요를 흡수했다는 점에서 원화 부담은 상당히 줄어든 셈"이라 평가했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환헤지는 환율 안정이 아니라 연금의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봉현 외환시장팀장도 이달 7일 강좌에서 "해외 투자 자산 규모가 크고 투자 기간이 긴 연기금에는 사전적 수익 확보가 중요하다. 환헤지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민간 외환시장 전문가도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모두 실행한다고 해도 해외 자산의 10% 수준"이라며 "환율 하락 가능성이 높을 때 실행되는 전략이며, 설령 헤지 이후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나머지 90% 자산에서 환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환헤지는 국민연금이 외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전략이다. 해외투자 자산의 최대 10%까지 헤지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의 자체 연구용역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환율은 평균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어 환율이 이례적으로 높아졌을 때 발동된다. 이는 추후 환율이 평균 수준으로 내려왔을 때 대규모 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은 전략적 환헤지가 지난달 초 발동된 것으로 추정한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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