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영주권자도 쫓겨난다…몸 사리는 한인 사회
  • 일시 : 2025-03-04 08:50:00
  • [뉴욕은 지금] 영주권자도 쫓겨난다…몸 사리는 한인 사회



    (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각종 '오픈카카오톡방'을 만들고 교류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한인 사회 동정이나 주목도가 높은 사회 문제, 맛집 및 쇼핑 정보 등 각종 정보가 여러 '오카방'을 통해서 퍼져나간다.

    최근 미국 거주 한국인들의 오카방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뉴스는 단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체류자 추방 방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와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를 중심으로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한인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서면서 교민 사회가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출처 : 백악관 엑스 계정]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작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불법체류자는 1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천100만명에 이르는 전체 불법체류자 중 1% 수준이다. 일각에선 최대 2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불법 이민자 수가 약 284만명으로 추산되며 한국인 불법체류자도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한인 사회가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뉴스는 영주권 소지자도 추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재집권 후 한인 커뮤니티에는 현재 '이민자 권리 알기', '이민 단속시,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방법' 등의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는 이민 전문 변호사들의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불법체류자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신분의 영주권 또는 비자 소지자마저 '수틀리면'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이같은 설명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영주권을 소지한 한인들의 체포 및 추방 소식은 현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지난 1월 31일에는 미국 백악관이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서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한인 임모씨를 애틀랜타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미국 내 소수 민족인 한인 이민자의 체포 소식을 굳이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백악관은 당초 임씨가 아동 포르노 소지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불법체류자라고 밝혔지만, 그는 영주권 소지자로 밝혀졌다. 임씨는 지난달 이민재판 법정에서 최종 추방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해당 뉴스는 영주권자도 추방될 수 있다는 헤드라인으로 전파를 타면서 한인 사회를 긴장시키는 방아쇠가 됐다.

    임씨의 사례 이후로도 영주권 소지자의 추방 소식이 뒤를 잇고 있다. 문제는 아동 포르노 소지와 같은 중범죄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폭행 혐의로 3년형을 받은 한인 남성도 지난달 추방이 결정됐으며 이민법 위반으로 제재받은 기록이 있는 한인 여성도 최근 한국 방문 후 미국으로 재입국하는 과정에서 체포돼 추방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과거 범죄 이력까지 샅샅이 조사한 뒤 경범죄라도 범법 이력이 남아 있다면 추방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인 커뮤니티에선 가벼운 신호위반조차 추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처 : ICE 엑스 계정]


    트럼프의 강경책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이민법에 따르면 영주권자라도 중범죄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또는 마약 관련 범죄나 가정폭력, 무기 불법 소지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1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1996년 개정된 이민법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아동방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실형 여부와 관계없이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법이 명시한 규정 외에 경범죄만 저질러도 영주권자를 추방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범죄의 경중을 떠나 범죄 기록이나 이민법 위반 사례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럽 출신 이민자가 미국에서 25년 이상 거주하며 영주권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15년 전의 절도 혐의가 발각돼 추방되는 사례도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다.

    뉴욕의 한국 공기관도 이같은 사안을 교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주(駐)뉴욕한국총영사관은 최근 교민들을 대상으로 "비자 유효 기간을 확인하고 적기에 갱신하는 한편 경미한 법령 위반에도 유의해달라"며 "미국 내 불법 이민자 단속 활동이 범법 행위 경력 여부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법령 위반으로 체류 자격이 취소회는 상황을 유의해달라"고 공지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 영주나 이민을 희망하는 한국인에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더 강한 규제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가령 미국에서 신분 변경을 신청했으나 반환되거나 기각되는 경우 즉각 미국을 떠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예상된다.

    미국 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의 박동규 변호사는 최근 '2025년 트럼프 정부의 이민정책 전망과 대응' 세미나에서 "신분변경 신청이 반환되는 것은 날짜를 잘못 기입하는 등 아주 간단한 사례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반환된 것만으로도 즉각 추방되는 법이 도입되면 한인 사회에도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합법 이민을 50% 줄이는 법률 도입 ▲합법적 이민 신청 비용 대폭 인상 ▲미국 이민국 직원들의 신원 및 소셜미디어 조회 의무화 ▲미국 내 모든 영주권 신청자의 인터뷰 의무화 조치도 도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변호사는 "미국 내 유색인종 이민자들의 숫자를 반 이하로 줄이고 백인들이 다수인 나라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보인다"며 "합법적 이민 신청 비용을 대폭 높여 가난한 이민자들의 유입을 줄이고 그 과정에서 이민 희망자들의 이념 성향, 보수적 가치를 지녔는지 여부도 확인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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