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정책 엇갈린 신호, 달러-원 환율 방향키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외환시장에 깔려있지만 달러-원 환율은 하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까지 관세 전쟁 불안이 달러 강세로 연결되던 외환시장 분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 발언에 달러 약세로 바뀌었다.
5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월 25일부터 4거래일 동안 33원 상승한 후 2거래일 동안 10원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상무부가 전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하루 만에 이를 경감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관세 전쟁 여파가 일부 누그러졌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이번주부터 시작되면서 중국은 보복 관세 부과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부터 미국의 10+10% 관세 부과가 시행되자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총 29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 인상하고, 수수·대두·돼지고기 등에 대한 관세를 10% 높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산 자동차 등에 대해서도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 전쟁은 달러 강세를 유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주변국 통화 약세 압력에 대해 다른 신호를 내놓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과 관련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단에 "일본 엔화든 중국 위안화든, 그들이 통화 가치를 낮추면 우리에게 매우 불공정한 불이익을 가져온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상반된 트럼프 행정부의 신호는 점차 미 달러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엔화는 급격히 강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전일 한때 148.08엔까지 하락한 후 149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 약세 유도 정책을 부인하면서 엔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중국 위안화도 탄탄하다. 전일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7.25위안대로 하락했다.
미국 관세 압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관세 의지는 물론, 양회에서의 경기 부양 기대가 더해지면서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 흐름을 보였다.
유로화도 달러 대비 강해졌다. 독일이 인프라 투자를 위해 5천억 유로의 특별기금 설치를 추진하기로 하고, 유로존의 8천억 유로 방위비 확대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1.063달러대로 치솟았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미국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강한 지위를 내세우면서도 무역에서 달러 약세를 추구하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위안화, 엔화, 유로화 등의 강세가 이어지면 달러-원 환율도 하락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 위험회피 심리에 따른 달러 매수세가 되살아날 우려도 있다.
한 서울환시 참가자는 "트럼프 정부의 환율 메시지가 일방향이 아니다"며 "중국, 멕시코에 대한 관세 압박이 심해지면 이들 나라에서 생산을 활용하는 우리나라 수출에도 불리해 환율 상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는데 무역과 관련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트럼프의 발언은 이같은 압력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위안화 절하 베팅 가능성은 작아 보이고 일본도 금리 인상 기대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글로벌 달러가 강세로 가더라도 위안화, 엔화가 강해지면 서울환시에서 원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관세 다음으로 환율을 중요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열어두는 양상이다.
다만, 급격한 달러 약세가 그동안 달러에 집중했던 투자자들의 경로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상현 아이엠 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가 급격히 진행될 경우 관세와 더불어 미국내 수입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음은 자명하다"며 "물가 리스크에 자유롭지 못한 미국 경제에서 달러 약세 현상의 본격화는 오히려 금융시장과 경기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미국 경제 예외주의와 대형 기술주들인 '매그니피센트7'을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에 따른 글로벌 자금의 달러 자산 쏠림도 전환될 수 있다고 봤다.
박 애널리스트는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는 미국에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며 글로벌 자금의 탈달러 현상과 미 국채 매도 압력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 등을 강조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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