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기업 기대 인플레도 오르기 시작했다
(뉴욕=연합인포맥스) 올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데 이어 미국 기업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관세 강경책으로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재점화된 가운데 특히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기업들은 가격 결정자이기 때문에 기업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향후 가격 인상 계획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업 기대 인플레이션은 통상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보다 실제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기업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지난주 발표한 '기업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랐다'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집계했다.
뉴욕 연은은 뉴욕주-북부 뉴저지주 지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례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과거 및 예상 사업 비용과 판매 가격 변화를 조사한다. 올해는 지난 2월에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용 및 가격 상승 상황과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를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지역 기업들은 2025년에 비용과 가격 모두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제조업체가 3.5%, 서비스 업체는 4%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3%였다.
이 지역 기업들의 향후 비용 증가 예상치도 더 커졌다. 평균적으로 서비스업체는 5.7%의 비용 증가를 예상했으며 제조업체는 예상치가 7.3%까지 커졌다. 서비스업체의 비용 증가 예상치는 2023년의 6.1% 이후 최고이며 제조업체의 경우 2022년 5.3%를 넘어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서비스업체의 평균 비용 증가율은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던 2022년 11%에서 2023년 6.1%로 낮아졌으며 2024년에는 5.1%까지 감소했다. 제조업체의 평균 비용 증가율도 2022년 5.3%에서 2023년 3.7%로 둔화한 뒤 2024년에는 다시 4.8%로 반등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서비스업계에선 앞서 3년간의 둔화 흐름이 뒤집혔고 제조업계에선 증가폭이 더 커진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올해 2월 3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됐다. 트럼프가 여러 가지 관세 정책을 발표한 뒤 일부는 시행을 유예하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던 시기다.
뉴욕 연은의 제이슨 R. 아벨, 리차드 데이츠, 벤 하이먼 연구진은 "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상당수는 관세가 비용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며 "비용 상승 예상치는 기업이 사용하는 수입 원자재의 비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설문에 응답한 서비스업체의 82%, 제조업체의 86%는 일부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관세 정책이 강행되면 해당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연구진은 '빈스캐터(binscatter)' 시각화를 통해 기업이 수입하는 원자재 비율과 향후 비용 증가 예상치 간의 관계를 나타냈다. 빈스캐터는 설문조사 응답을 특정 수입 비율에 따라 그룹으로 나누고 해당 그룹의 평균 예상 비용 증가율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빈스캐터 차트는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냈다"며 "더 많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일수록 향후 비용 증가를 더 높게 예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원자재를 전혀 수입하지 않는 기업은 약 5%의 비용 증가를 예상하는 반면 모든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은 약 9%의 비용 증가를 전망했다.
비용 증가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은 향후 판매 가격도 오를 것으로 봤다. 평균 연간 가격 상승률은 서비스업체의 경우 올해 4~5%로 예상했고 제조업체는 5.4%로 전망했다. 서비스업계는 둔화 흐름에서 상승 전환, 제조업계는 보합권에서 상승 전환이다.
기업들이 비용과 가격 상승을 전망하면서 전반적인 경제 인플레이션 기대값도 상승세였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한 기업들의 중간값 기준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작년 2월 설문에서 3%였으나 올해 서비스업체는 4%, 제조업체는 3.5%로 상승했다. 이는 올해 1월에 발표된 CPI 보고서의 3%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3년 및 5년 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3%로 유지됐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관세 강경책이 당장은 기업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올해 설문조사 결과는 기업들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졌고 비용 및 가격 상승 예상치도 올랐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관세 문제가 많은 기업에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는 가격 결정권자인 기업의 인플레이션 인식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은 기업에 비해 변동성이 크고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휘발유나 식료품 등 최근 체감 물가에 크게 휘둘릴 수 있는 게 소비자 기대치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계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대해 "다른 집단보다 노이즈가 많고 때로는 앞서거나 뒤늦게 반응하는 등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기업 기대 인플레이션은 동일시기의 소비자보다 분산이 적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나타난다. 소비자들보다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덜 극단적 경향을 보여 신뢰도가 그만큼 더 높게 여겨진다.
클리블랜드 연은은 2021년 발표한 '누구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가장 좋은 예측력을 가졌나'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가계 기대 인플레이션은 다른 집단에 비해 예측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기업 기대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보다 실제 물가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클리블랜드 연은은 기업 경영자 설문과 전문가 예측(블루칩 경제지표 등)이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등)보다 현저히 작은 오차를 보였다며 미시간 소비자 기대 지표는 예측오차가 가장 컸던 반면 기업 기대 지표는 가장 좋았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지난주 공개 석상에서 최근 급격히 꺾인 소비자 심리 지표들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소비 성장세에 대해 좋은 예측 변수가 아니었다"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