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행렬 환율 떠받치지만…"美 조정에 매수세 꺾일 조짐"
  • 일시 : 2025-03-11 08:02:30
  • 서학개미 행렬 환율 떠받치지만…"美 조정에 매수세 꺾일 조짐"

    초기 조정국면 매수세 유지→하락장 장기화 투자의욕 현저히 감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내국인 해외투자 열풍이 달러-원 환율 하락을 제약하고 있으나 매수 행진이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 조정과 함께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규모 해외 투자…환율 수급, 경상수지보다 금융흐름 봐야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1월 내국인 해외 증권투자는 125억5천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주식투자가 99억7천210만 달러에 달했다. 자산운용사·증권·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이 56억 달러, 개인투자자가 포함되는 비금융기업이 37억달러 각각 순매수했다. 당시 한은 관계자는 "1월에 미국 증시가 강했던 만큼 개인의 직접투자는 물론 펀드 등을 통한 해외투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규모 해외 주식 순매수로 인해 금융계정 유출이 지속되는 반면, 경상수지 흑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월 124억 달러에서 크게 줄어 29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상품수지 흑자가 104억 달러에서 25억 달러로 급감한 결과다.

    주목할 점은 금융계정 유출 규모가 37억 달러에 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크게 상회했다는 점이다. 이는 해외투자로 인한 자금 유출이 무역 등을 통한 자금 유입보다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환율 결정에 서학개미 투자 등 금융 흐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손범기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1월 국제수지를 분석하는 리포트에서 "경상 흑자가 축소되면서 한국의 달러 공급과 수요에 금융 흐름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경상 흑자 전망을 국내총생산(GDP)의 4.1% 수준인 750억 달러를 유지하면서도 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75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월 66억 달러의 상품수지 흑자가 필요하지만 최근 반도체 사이클 모멘텀을 고려하면 달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 세이브로


    ◇서학개미 행동 패턴 보니…美 증시 조정에 매수 줄어들 듯

    그러나 달러-원을 떠받치던 해외투자 열풍이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높은 데다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어서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월 19일 단기 고점(20,056)에서 2주 만에 10%에 육박하는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세이브로)의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순매수 데이터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 초기 조정 국면에서는 적극적인 매수세를 유지하다가도 하락장이 길어지면 회복 단계에서의 투자 의욕이 현저히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바클레이즈는 세이브로 데이터를 분석하며 "2022년 미국 주식 시장의 하락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이 초기 조정 국면에서는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으나, 시장 하락이 지속되면서 반등 시기의 매수 의지가 크게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투자자들이 대규모 첫 하락에 주로 반응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그보다 작은 규모의 추가 하락에도 훨씬 더 예민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을 덧붙였다.

    바클레이즈는 "2025년 초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2022년 매도 이전인 2021년 수준만큼 강했으나 최근 시장 조정은 과거보다 더욱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행동 패턴 변화를 고려할 때, 미국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개인들의 매수세가 크게 약해지거나 조정이 길어질 경우 순매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학개미 등 해외증권투자뿐만 아니라 직접투자 역시 정점에 달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환율 수준과 해외 증시 밸류에이션, 그리고 직접투자 흐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해외투자는 순환적 관점에서 이미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 시기부터 급증했던 대미국 직접투자(FDI) 추세 역시 정점을 통과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COS, 연합인포맥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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