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연금도 동결할까…스위스서 "美 수탁은행 교체" 법안 발의
"가장 작은 위험이라도 피해야"…미국 주도 글로벌 금융질서 '균열' 신호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전통적 금융 강국이면서 외교적으로 중립을 표방하는 스위스에서 미국 금융기관을 연금 자산 수탁기관에서 배제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
오랜 우방인 유럽과도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 국민들의 연금을 동결하는 '협상 카드'를 들고나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월가의 대표적 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스위스 내부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520억달러 규모의 스위스 연금 자산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스위스 의회는 오는 13일 스위스 노령유족연금(AHV)을 관리하는 공공기관 컴펜스위스(Compenswiss)에 자국 은행으로 수탁은행을 교체할 것을 명령하는 법안을 두고 표결을 벌일 예정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20년 넘게 수탁 업무를 해온 USB로부터 지난해 서비스 제공 자격을 빼앗아 왔으나, 트럼프라는 변수의 출현으로 사업에 위기를 맞게 됐다.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스위스 우파 국민당의 토머스 매터 의원은 미국이 스위스를 제재할 위험이 낮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가장 작은 위험이라도 피해야 한다. 이 자산은 궁극적으로 우리 은퇴 자금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내부의 눈총을 받는 미국 은행은 스테이트스트리트뿐만이 아니다. 이번 주 들어 두 명의 사회주의 성향 의원들은 취리히 주(州)정부에 JP모건에 보관된 360억달러 규모의 연기금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곳도 아닌 스위스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질서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자국 우선주의가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에 금을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스위스은행가연합회는 외국계 은행들과 관련해 잘못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며 해당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협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민간 기업이 공식적인 조달 절차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확한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위탁 선정 과정에서 특정 은행 그룹을 배제하기 시작하면 금융 중심지인 스위스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최근 덴마크와 영국 연기금으로부터도 수탁 자산을 회수당하는 일을 겪었다. 스테이트스트리트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된 대형 기관들의 모임인 '크라이밋액션+100'에서 탈퇴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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