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美 주가 급락에 지갑 닫는 부유층
  • 일시 : 2025-03-17 08:30:00
  • [뉴욕은 지금] 美 주가 급락에 지갑 닫는 부유층



    (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인플레이션 끊임없이 오를 때 그 원인 중 하나로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거론하는 분석이 있었다. '미국 예외주의'로 주가지수가 계속 오를 것인데 미래 소득을 미리 쓰는 게 당연하다는 심리가 월가에 팽배했다는 분석이다.

    같은 논리로 최근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월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진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 대비 12% 이상 떨어진 만큼 소비 심리도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다. 그런 만큼 증시 하락이 소비 둔화로 이어질 경우 실물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상당할 수 있다.

    [출처 : 에르메스]


    미국 경제 연구소와 금융기관들의 연구를 보면 미국 주가지수와 소비 간 상관관계는 꽤 밀접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주가가 오를 때 소비가 증가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가 위축되는 순향적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 연구소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P 500 지수가 10% 상승할 때 평균 소비가 약 0.8~1.0%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이 증가하는 패턴이 뚜렷했다. 자산 가치 상승이 소비 심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카드회사 비자의 경제 인사이트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의 미국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식과 채권, 주택가격을 포함한 자산의 가치가 1달러 증가할 때 소비는 9센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이 효과가 한층 강해져 2022년 기준 약 34센트까지 증가했다.

    이 기간 주식과 채권의 부의 효과는 2017년 9센트에서 2022년 24센트까지 급등했다. 주식 및 금융자산의 변동성이 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더 커졌다는 의미다.

    또한 2021년 미국경제리뷰(AER)가 발표한 연구를 보면 지역별로 봤을 때 주식 자산의 증가가 해당 지역의 소비와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 연구는 주식 가치가 1달러 증가할 때 소비가 평균 32센트 증가했다며 주가 상승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짚었다.

    [출처 : 비자]


    주식 가치 상승에 따른 소비 증가는 특히 고소득층에서 활발하게 나타났다.

    JP모건은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고소득층일수록 부의 효과가 두드러졌다며 주가가 오르면 고소득층의 신용카드 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이른바 '소비 분출(spending burst)'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나온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분석에 따르면 상위 10%의 가구가 전체 소비의 약 50%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소비 심리 변화는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부의 효과에 따라 주가 하락이 고소득층의 소비를 위축시킨다면 미국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2022년 기준 상위 10% 가구는 평균 21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순자산의 32%를 차지했다. 2010년 실시된 무디스의 조사에선 상위 10% 가구의 순자산 중 주식 비중이 26%였던 점을 고려하면 주식 가치가 순자산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는 점이 확인된다.

    무디스는 "부의 효과로 작년에 소비자 지출 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했고 이는 연간 GDP 성장률에 0.7%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추산됐다"며 "이는 2024년 미국 경제 성장률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소득층의 소비 지출은 지난 4년간 58%나 급증했다"며 "고소득층 소비가 줄면 고급 레스토랑, 여행, 사치품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 사이에는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순자산에서 주식 비중이 커졌다는 점도 주가 하락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미국 가계 금융자산의 43%는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데 이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또 미국 뱅가드와 피델리티 자산운용은 401(k) 연금 계좌에 대해 사상 최대의 주식 참여율과 납입액 증가를 보고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부의 효과로 주가 급락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제티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은퇴 목표 금액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이 목표치 달성을 어렵게 만들 경우 미국인들은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루퍼의 알렉스 차트레스 분석가는 "미국처럼 금융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된 경제에선 경제가 자산 가격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 가격이 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소비 항목이 증시 변동성에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었다. 필수 소비재는 증시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소비 패턴을 유지하는 반면 여행과 전자기기, 사치품 등 임의 소비재는 주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비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채권 자산 가치가 1% 증가할 때 여행 소비는 2.9%, 호텔 소비는 1.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치품 의류와 가구·가전 소비도 각각 2.1%와 1.2% 증가했다. 경기에 따라 소비가 유동적인 항목들이 부의 효과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소비는 증시 변동성과 거의 무관했다. 주가가 10% 하락하더라도 식료품 소비는 0.1% 미만으로 감소하는 등 필수 소비 항목은 주가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자산 가치 하락시 생존을 위한 지출은 유지되지만, 여유 소비는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됐다.

    내구재(자동차·가구 등)와 비내구재(식료품·연료 등) 간 차이도 뚜렷했다.

    내구재 소비는 주식시장 변동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식 자산 가치가 하락할 경우 가계는 고가의 내구재 구매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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