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美 예외주의③] 조정 골 깊어지나…"증시 바닥 다졌다" 반론도
  • 일시 : 2025-03-24 10:00:00
  • [무너지는 美 예외주의③] 조정 골 깊어지나…"증시 바닥 다졌다"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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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미국 예외주의'가 저물어가면서 미국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월가 전문가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뉴욕 증시가 이미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과 함께, 유럽과 중국 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월가 일각에선 소수의견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완화하거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경우 뉴욕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도 제시되고 있다.



    ◇ 시들해진 미국 예외주의…"증시 조정 골 깊어질 것"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미국 예외주의가 지속될 거란 전망은 급속히 힘을 잃고 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이달 초 펀드매니저 1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미국 예외주의 테마가 이제 정점을 찍었다고 응답했다.

    BofA 애널리스트들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글로벌 무역 전쟁, 미국 예외주의 종식으로 강세장이 붕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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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티그룹도 미국 예외주의가 최소한 일시 정지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의 더크 월러 자산배분 글로벌 책임자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미국 경제 흐름은 다른 국가를 밑돌 가능성이 크며 미국 예외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최소 3~6개월 중립으로 보며 미국 경제 지표가 더 부정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면서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은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도이체방크는 뉴욕 증시의 폭락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도이체방크는 S&P500지수가 5,2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는 21일 종가인 5,667.56 대비 7.36% 하락한 수치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주식의 매도세는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적어도 내달 2일까지 계속 시장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31대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놨다.

    후버 전 대통령은 1929년 주식 시장이 정점에 달했을 때 임기를 시작해 그해 가을 대공황이 미국을 강타하는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로젠버그는 "후버 전 대통령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시장과 경제 사이클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당선된 것일 수 있다"며 "앞으로의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얼마나 큰 피해를 줄 것인가다"고 말했다.



    ◇ 훨훨 나는 유럽·중국…유럽·중국 예외주의 시작되나

    올해 들어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는 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지수는 9% 상승했다. MSCI 중국지수는 26% 이상 뛰어오르며 역사상 가장 좋은 1분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는 비단 3개월 남짓의 성적이지만, 올 한 해 유럽과 중국 주식의 성과가 미국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은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던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카렌 워드 수석 시장 전략가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투자 흐름이 바뀐 것일 수 있다"며 "최근 유럽 증시의 성과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에 대한 높은 비중이 향후 10년간 올바른 설정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유럽은 재정, 통화, 규제 등 모든 정책적 측면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적인 태도는 유럽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 재정과 통화, 규제 정책이 모두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증시가 미국에 비해 두드러진 성과를 낸 가장 마지막 시기는 2000~2009년이었다. 이 시기는 2000년대 미국의 '버블 닷컴'이 길고 고통스럽게 이어진 시기와 일치한다.

    워드는 "미국 기술주들이 이번에도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들 기업은 이제 인공지능(AI)에 대한 높은 기대에 부응하고 막대한 투자에 상응하는 큰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까다로운 단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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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는 올해 초 저비용 고성능 AI '딥시크'의 출현을 계기로 투자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포트 쉘터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리처드 해리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좋은 시기는 끝나가고 있다. 반면 중국은 회복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위대한 피벗"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미국과 비교해 훨씬 매력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에 따르면 MSCI 중국 지수의 12개월 추정 주가수익비율(PER)은 13.38배 수준이다. 이는 S&P500지수 PER이 20.72배에 달하는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JP모건의 아시아 태평양 주식 리서치 책임자인 제임스 설리번은 "중국과 같이 투자자의 포지셔닝이 극도로 낮은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투자 보고서 리드-래그 리포트 발행인인 마이클 게이드는 "중국 시장은 향후 4년 동안 미국 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밸류에이션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 미 예외주의 건재할까…트럼프 관세 완화·연준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

    뉴욕 금융 시장의 분위기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월가의 일부 전문가는 미국 예외주의가 결국 되살아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JP모건의 파비오 바시 전략가는 "관세와 딥시크 이슈에도 미국 내 위험자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결국 금리 인하를 단행해 뉴욕 금융시장을 구원해주리라는 믿음, 이른바 '연준 풋'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연준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월가 강세론자'로 유명한 톰 리 펀드스트랫 공동창업자는 "현재의 하락장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완화하거나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재개하면 끝날 수 있는 '성장 공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CNBC 화면 캡처


    리는 "관세 우려 해소와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트럼프 풋'과 '연준 풋'의 시너지라는 독특한 역학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이중 지원 매커니즘은 관세 정책이 명확성을 드러내는대로 강력한 시장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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