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美 예외주의①] '예외는 없다'…유럽·중국으로 '머니 무브'
[※편집자주 : 대외 충격에도 미국 증시와 경제만 강력하다는 '미국 예외주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감행한 후 주요 증시가 타격을 받는 대신 반대급부로 유럽과 중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현상과 원인,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시장은 '미국 예외주의'에 종식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간 대외 충격에도 견조했던 미국 경제 지표에서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유럽과 중국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독일에선 역사적인 재정 완화 합의가 이뤄지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나타냈고 중국에선 딥시크(DeepSeek)의 인공지능(AI) 모델이 가져온 충격으로 중국 증시가 조만간 미국을 압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美 예외주의란…소비·노동에 뒷받침됐던 미국 경제
JP모건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예외주의는 주로 탄탄한 소비 지출과 견고한 노동 시장에 의해 뒷받침됐다.
또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과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같은 재정 정책도 미국 경제를 부양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JP모건 크로스자산 전략 책임자인 파비오 바시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 기조는 미국의 예외주의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민 제한과 관세 인상은 공급 충격으로 작용해 미국 외 지역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기술 분야에서는 예외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JP모건도 인정했다.
특히, 중국 기업인 딥시크의 AI 모델이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개발되면서, 그동안 미국 기업들이 독점해온 기술 기업의 프리미엄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관세와 함께 무너진 美 증시…펀드매니저들 투자 비중 줄여
미국 증시에서 '벤치마크'가 되는 S&P500 지수는 지난 2월 중순부터 급락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전면적인 관세가 부과된 이후 지난 13일에는 장중 5,504.65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이는 지난 2월 19일 고점 대비 10% 하락한 것으로 지난 2023년 10월 이후 첫 번째 주식 시장 조정에 진입한 것이다.
미국 관세 충격은 점차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월가뿐만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또한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SEP)에서 성장률 둔화를 예상했다.
SEP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7%로 종전 대비 0.4%포인트 하향됐다. 잠재성장률 추정치(1.8%)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기존 4.3%보다 0.1%포인트 높은 4.4%로 제시됐다.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펀드매니저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달에는 기준 대비 17%포인트 컸으나 이번 달에는 기준 대비 23%포인트 낮았다. 한 달 사이에 미국 주식 비중이 40% 포인트 줄어든 셈이다.
◇ 유럽 증시로 '머니 무브'…독일 '부채 제한' 완화까지
이달 들어 유럽 금융시장은 급등하고 독일 국채 금리는 치솟았다.
독일 의회가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부채 제한(debt brake)' 규정을 완화하는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하면서다.
또 경기 부양을 위해 5천억 규모의 인프라·국방 특별기금을 수립하기 위한 헌법 개정 협상이 타결되자 독일 주요 기업을 추적하는 DAX30지수는 지난 18일 23,476.01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런던, 파리, 밀라노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유럽연합(EU)의 약 8천억 유로(약 670조 원)에 달하는 국방 예산 확대 계획에 방산 관련 주식도 급등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안보 공약에 대한 불확실성이 유럽 증시로의 자금 이동을 자극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로화는 미국 달러 대비 급격히 강세를 보여 지난 18일 유로-달러 환율은 1.0955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영국 파운드화도 강세를 보였다.
도이치뱅크의 외환 리서치 글로벌 총괄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글로벌 경제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이를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재부상…딥시크 이후 中 기술주 주목
중화권 증시는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중국의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 상승했다.
상하이 지수는 지난 1월 13일 3,140.98까지 밀렸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2개월만인 지난 19일에는 3,439.05까지 오르며 9.4% 상승했다.
특히 홍콩 항셍 지수는 같은 기간 33.2% 상승하며 빠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올해 초 적극적인 중국의 부양책에 힘입어 외국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로 매수세를 나타내면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중국의 네 개 기술주를 '팹 4(Fab 4·The Fabulous 4)'라고 칭하며 강한 반등세를 예상했다.
이들 기업에는 바이두(HKS:9888), 알리바바(HKS:9988), 텐센트(HKS:0700), 샤오미(HKS:1810)가 포함된다.
특히 지난 달 마윈 창업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면담한 이후 알리바바 주가는 치솟기 시작했고 홍콩 증시에서 올해 들어 60%가량 상승했다.
바이두와 텐센트 또한 올해 들어 약 12%, 22%씩 올랐고 샤오미도 약 57% 급등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 비중이 역사적 고점에 가까운 상황에서 중국 시장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yyoo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