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월가도 예상 못한 유럽 증시 랠리
  • 일시 : 2025-03-24 10:30:01
  • [뉴욕은 지금] 월가도 예상 못한 유럽 증시 랠리



    (뉴욕=연합인포맥스)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월가는 미국의 호황이 이어지리라 장담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업 친화적 정책 방향과 감세 기조는 증시에 탄력을 제공할 지렛대라고 판단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도 미국 경제의 '예외적 성장(American exceptionalism)'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자신감 넘치게 주장했다.

    올해 1분기가 거의 마무리된 현재 JP모건은 머쓱하게 됐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의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보면 '예외적 성장'은 '호언장담'이 아니라 '허언장담'이 되는 분위기다.

    미국 증시를 지난 2년간 강력하게 이끌었던 기술주가 추풍낙엽처럼 쓸리면서 나스닥종합지수는 올해 낙폭이 7.91%에 달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64%,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31%의 하락률로 그나마 선방하고는 있다. 하지만 기술주가 힘을 잃으면서 적어도 미국만 예외적으로 성장하긴 어렵다는 비관론은 짙어지고 있다.

    이와 다르게 오히려 유럽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점이 신선한 대목이다. 트럼프가 전방위적으로 관세를 휘두르면서 유럽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됐으나 증시는 오히려 급반등하면서 세간의 인식을 뒤집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탈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미국 증시의 저조한 성과에도 오히려 트럼프 기대감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지속됐다.

    투자분석업체 EPFR에 따르면 올해 1월~2월 말까지 미국 주식·채권형 펀드로 유입된 누적 자금은 약 1천300억달러에 달했다. 작년 11~12월 두 달 동안에만 미국 주식형 펀드로 1천740억달러가 유입된 이후 올해 첫 두 달도 강한 유입세가 이어졌다.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으로 1월 말 한 주에만 24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되며 올해 최대 주간 순유입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EPFR은 "2024년 초에도 미국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있긴 했지만 규모 면에서는 올해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았다"며 "올해 초 미국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훨씬 빠르고 규모가 컸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유럽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투자기관 얼라이언스번스타인(AB)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주식형 펀드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자금 유출이 지속됐으나 올해 1월 들어 상황이 뒤집혔다. 올해 1월 한 달간 유럽 주식형 펀드는 자금 순유입으로 전환됐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월간 기준 처음이다.

    EPFR은 2월 들어서도 이같은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2월 셋째 주에는 유럽 주식형 펀드의 주간 기준 유입액이 2022년 초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럽 신흥지역 주식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2021년 3분기 이후 최대였으며 유럽 채권펀드는 13주 연속 순유입을 맛보고 있다.

    트럼프가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에 나서며 휴전 기대감이 고조되자 자금 유입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3월 초까지 4주간 유럽 증시로 유입된 자금은 총 120억달러에 달해 4주 기준 2015년 8월 이후 10년래 최대 규모를 찍었다. 3월 첫 주에만 41억달러의 자금이 유럽 주식으로 몰리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이었던 2022년 2월 이후 최대 주간 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독일 증시의 강세와 자금 유입이 눈에 띈다.

    올해 들어 독일 DAX 지수는 달러 환산 기준으로 약 9% 이상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 증시를 크게 앞섰다. 특히 독일이 방위비를 대규모로 증액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독일의 국방 및 인프라 업종으로 자금이 빠르게 흘러들었고 독일 방위산업 펀드는 8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 EPFR]


    유럽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상대적 밸류에이션 매력과 정책 변화 등이 깔려 있다.

    AB는 "미국 주식이 장기간 상승으로 고평가된 반면 유럽 주식은 역사적으로 드문 수준의 저평가 상태였다"며 "올해 2월 말 기준 MSCI 유럽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S&P500 대비 35%나 할인된 상태였는데 이는 장기 평균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배포한 '유럽 주식은 왜 미국 주식을 앞지르고 있는가'라는 제하의 분석에서 "투자자들은 올해 유럽에 대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그 영향을 이유로 매우 회의적이었다"며 "그런 만큼 '악재만 없으면 오를' 상황이었고 실제 유럽은 예상 대비 약간만 경제 지표가 양호하게 나와도 주가가 크게 반등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골드만은 "최근 유럽 주식의 강력한 성과는 독일이 인프라와 국방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부채 제한을 우회하려는 연방 의회의 제안이 주도했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지출을 꺼렸던 독일과 유럽에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독일 차기 연방정부가 헌법의 '부채 제한' 조항을 개헌하는 한편 5천억유로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골드만은 트럼프의 관세가 유럽 경제의 모든 곳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골드만은 "미국과 직접 접촉하는 유럽 기업 중 상당수는 실제로 수출하는 업체가 아니고 유럽에서 생산한 다음 미국으로 보내지 않는다"며 "미국 경제가 기대 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미국에 그렇게 많이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여파는 상황에 따라 작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특정 업종의 전망 상향도 유럽 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 기업들은 2022~2023년 에너지 위기 등을 견디며 비용을 절감한 상태에서 2025년을 맞았고 작년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AB는 "특히 유럽은 은행과 소재, 산업재 등 경기민감 업종의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만 피하면 전통산업 부문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실제 2023년까지 유럽 상장사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유럽 경제성장률을 상회했음에도 주가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 골드만삭스]


    월가에선 이같은 흐름을 고려할 때 올해는 국제적인 분산 투자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올해를 "'인터내셔널의 해'가 될 것"이라며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유럽과 중국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권한다"고 밝혔다.

    BofA의 마이클 하트넷은 "최근 자금 흐름을 봤을 때 중국과 유럽연합(EU)을 매수하는 게 좋다"며 "실제 3월 초 한 주 동안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229억달러가 유입되는 가운데 미국보다 유럽 주식에 더 많은 자금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AB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 '유럽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사상 두 번째로 크게 증가했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골드만은 "유럽 증시의 강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며 "유럽 증시는 이미 연초 이후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12개월 내 추가로 6%의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최근 "미국 대비 유럽의 투자 기회가 오랜만에 찾아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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