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 1년…"엔저 구조 여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일본은행(BOJ)이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한 지 1년이 지났으나 엔저 구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인하하고 BOJ는 추가로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일 금리차는 줄었지만, 엔저 구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약한 상황에서 BOJ에 의존한 엔저 탈출엔 한계가 보인다는 분석이다.
◇BOJ 관계자 "금리 안 올리면 엔저 심화될 것"
지난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전 BOJ 고위 관계자들은 엔저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금리 인상에 신중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측근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 등의 이해를 구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완만한 금리 인상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엔저가 심화된다"며 "지난해부터 금리를 인상한 것은 주로 엔화 약세 압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인정하기도 했다.
BOJ는 이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해 지난 1월 정책금리는 0.5%가 됐다. 한편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금리를 인하해 정책금리는 5.25%에서 4.25%로 하락했다. 미일 간 금리차는 1년간 약 1.5% 축소됐다.
하지만 달러-엔 환율은 현재 149엔대 수준으로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결정하기 전날인 지난해 3월 18일 오후 5시 기준 149.13엔과 거의 같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년 동안 162엔까지 오른 후 139엔대까지 밀려나기도 했으나 결국 같은 수준으로 돌아온 셈이다.
◇금리 차 축소 효과 미미…지속되는 엔저
이론적으로는 일본 금리가 오르고 미국 금리가 내리면 엔화 강세·달러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오르면 일본 국채 등 자산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증가해 일본으로의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엔화 강세를 막은 것은 일본 내 투자자들의 강한 달러 수요 영향이다.
미즈호은행 외환트레이딩 디렉터인 미나미 히데아키는 "금리 차 축소에 따른 엔화 강세 압력을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포함한 해외 투자 붐이 상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내 투자신탁운용사와 자산운용사의 해외 증권 투자 규모는 2024년에 11조5066억 엔으로, 2023년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특히, 새로운 NISA를 통해 글로벌 주식 및 미국 주식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 가계 투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정부 관계자는 "국내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외 자본 도피'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편 해외 투기 세력의 엔화 매수 규모는 역사적 수준으로 증가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엔화 순매수 포지션은 12만2천964계약(약 1.5조 엔)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같이 엔화 매수 포지션이 과도하게 쏠리면 시장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BOJ 관계자는 "BOJ가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엔화 급락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BOJ와 일본 정부의 과제는
BOJ 분석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 중순까지 약 32%의 엔저 현상 중 미국 금리 요인이 약 24%를 차지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하루 만에 1엔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미국의 정책 변화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셈이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지난 5일 연설에서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원한다면 생산성 향상 등 근본적인 경제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달러-엔 환율이 1년 만에 다시 149엔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현재 수준의 금리 인상만으로는 실수요에 의한 엔저 압력을 막기에 불충분하다는 의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구조적인 엔저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일본으로의 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에 대해 일본 정부와 BOJ는 계속해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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