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사람들] 증권계 FX 리더 장미루 키움증권 본부장
증권사 최초 일반환전 인가 취득 후 실행까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환전 시장에 증권사가 본격 진출하며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증권업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최초로 '일반환전' 인가를 받고 실제 서비스까지 성공적으로 시행하면서 그간 은행에만 의존해왔던 금융소비자의 선택지도 넓어지게 됐다.
"단순히 환전 수수료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일반환전을 통해 키움증권이 외환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리테일 고객이 환전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주식 투자로 유입되는 시너지가 핵심입니다."
25일 장미루 키움증권 FX&금융상품본부 본부장(이사)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증권사 일반환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이같이 설명했다.
증권사가 일반환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은 2023년 2월 외환제도 개편을 통해서다. 그간 증권사는 해외 투자 목적의 환전만 수행할 수 있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7월 종투사 중 최초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일반환전 자격을 획득한 후 지난 3월부터 기업 대상 일반환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간 초대형 IB 중 발행어음 인가가 있는 증권사는 예외 조항으로 일반환전이 가능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이 기업 대상 일반환전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업권별 외환 업무 범위 재검토 이후 일반환전 인가를 별도로 받고 시행까지 나선 것은 키움이 처음이다. 키움은 개인고객 대상 환전 서비스 출시도 앞두고 있다.
◇5개 증권사 인가 받았지만 실제 시행은 키움증권뿐
현재 증권 업계에서 일반환전 인가를 받은 곳은 5곳(키움, NH투자, 삼성, 신한, 미래에셋)이지만, 실제 서비스를 시행 중인 곳은 키움증권이 유일하다. 장 본부장은 인가 이후 실제 서비스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장 본부장은 "인가를 받고 시행하려고 하면 실무적인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한다"며 "특히 외화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구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은 이미 갖추고 있는 시스템이지만, 증권사는 처음이다 보니 외부 컨설팅을 받아 새로 구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당국과의 소통 과정에서도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 여러 부처와 별도로 협의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었다. 한국은행 외환전산망 보고서 등 증권사가 기존에 제출 대상이 아니었던 보고서도 새롭게 대응해야 했다.
계정 분리 문제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일반환전을 위한 '거주자계정'과 투자목적의 '투자계정'을 어떻게 분리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상당한 고민이 필요했다고 장 본부장은 전했다.
◇새벽 2시까지 나이트 데스크…가환전과 차별화된 실시간 환전
키움증권은 증권업계에서 드물게 매일 새벽 2시까지 나이트 데스크를 운영하며 실시간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주로 활용하는 '가환전' 방식과 차별화된 접근이다.
가환전은 보유한 원화를 증거금으로 사용해 주문 전 실제 외화 환전 없이 해외주식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주문일 익영업일에 필요한 외화만큼 자동환전하는 서비스다.
반면 키움증권은 나이트 데스크를 운영하며 야간에도 실시간으로 환전이 이루어져 환율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장 본부장은 "가환전 방식보다 고객들에게 훨씬 적은 스프레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야간 시간대에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또한 키움증권은 API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주문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객이 달러를 매매하면 자동으로 인터뱅크 시장(은행 간 시장)에 주문이 접수돼 증권사의 외환 포지션을 스퀘어(중립)로 만드는 알고리즘이다.
장 본부장은 "99% 자동화된 매매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시스템을 지속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야간 시간대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시장에서 최소 거래량은 100만달러(약 14억6천만원)인 데 반해 고객 주문은 그보다 소액으로 이루어진다"면서 "이러한 차이를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다른 기관과 달리 FX팀이 프론트(트레이딩)부터 세일즈, 미들 오피스까지 통합 관리하는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트레이딩 업무는 김용구 과장, 노도희 대리, 박도희 주임이 담당하며 세일즈 부문은 박미선 부장이 주도한다. 또한 미들 오피스 기능은 황민솔 과장, 정다영 대리, 이은별 대리가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 관리 체계는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거나 개선할 때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현장의 요구사항이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일반환전과 같은 새로운 업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인데 키움증권의 통합 조직 구조가 이러한 협업을 효과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기업고객 확보, 단순 가격 경쟁 넘어 패키지 딜로 승부
키움증권은 핀테크 소액송금업체 한패스, 모인과의 제휴를 통해 기업 일반환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추후 전통 제조업 업체 등으로 고객층을 확대할 예정이다.
장 본부장은 법인상품금융팀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환전 시장은 마진이 낮아 단순히 가격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며 "법인 고객에게는 종합적인 패키지 딜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에는 기업에 자금 운용을 위한 펀드만 제안했지만 이제는 외화 RP나 채권형 상품과 함께 일반환전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안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말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을 당시 국내 조선사들은 은행의 선물환 한도 소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기존 선물환 매도 계약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추가 선물환 계약이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장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일반환전 인가를 갖춘 증권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신용 라인 설정이나 계약서 작성 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국민은행과 협업…이종통화 환전도 추진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중 개인고객 대상 일반환전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외화 현찰 취급은 하나은행, 국민은행과 제휴를 통해 이뤄진다. 고객들은 키움증권에서 환전한 외화를 이들 제휴 은행 창구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게 된다.
장미루 본부장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고객이 해당 은행의 계좌가 없어도 현찰을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는 은행 입장에서도 신규 고객 유치 채널이 확보되는 '윈-윈' 구조다.
개인고객 대상 환전 서비스가 출시되면 키움증권의 '영웅문4'와 '영웅문S#' 앱을 통해 여행 및 유학자금 등을 직접 환전할 수 있게 된다.
개인고객 대상 환전 서비스가 출시된다면 키움증권의 '영웅문4'와 '영웅문S#'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행 및 유학자금 등을 직접 환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장 본부장은 또한 이종통화 직접 환전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미국주식 투자 후 유럽주식에 투자하려면 달러를 원화로, 다시 원화를 유로로 환전하는 이중 환전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유로-달러, 달러-엔 등 이종통화도 직접 환전할 수 있게 된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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