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S공포'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
  • 일시 : 2025-03-31 09:00:15
  • [뉴욕은 지금] 'S공포'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



    (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지난주 금융시장을 휩쓴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스태그) 공포, 이른바 'S공포'였다.

    미국 소비 심리와 실제 지출이 더 나빠진 가운데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가리키는 지표까지 나왔다. 동시에 장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치솟고 현재 인플레이션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스태그 공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출처 : 챗GPT 이미지 생성]


    월가도 이제 스태그 공포를 그저 노파심으로 넘기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불확실성으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차가운 경기와 뜨거운 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2월 공개 발언에서 미국이 실제로 스태그를 겪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경제 상황은 1970년대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이먼은 4% 미만의 낮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가 약해지면서 성장이 장기적으로 정체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의 끈적함을 고려하면 "경제가 겉보기보다 1970년대와 더 닮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비관론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슬록은 "이미 스태그의 재료가 갖춰지고 있다"며 "세계 무역 분절화와 각국의 산업정책으로 경쟁에 제한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도 완만한 수준일 것이라는 게 월가의 중론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정립될 정도로 극심했던 1970년대와 비교하면 현재는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훨씬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매튜 혼바흐 거시 전략 글로벌 총괄과 마이클 가펜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올해 미국은 "성장률 하향과 인플레이션 전망 상향 조정으로 약간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펠의 배리 바니스터 수석 주식 전략가는 지난달 전망에서 올해 하반기에 "완만한 스태그가 올 수 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저조로 스태그가 나타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0%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또한 "시장에서는 스태그로 이동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며 "미국의 신규 관세 정책이 이같은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리더는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 위축을 야기해 성장에 하방 압력, 물가엔 상방 압력을 동시에 넣을 것이라면서도 올해는 미국 경기가 침체를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출처 : 피셔인베스트먼트]


    최근 스태그 우려는 과도하며 그런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기관도 있었다.

    UBS의 폴 도노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 흐름이 스태그 성격을 보인다는 일부 진단에 대해 "현재는 결코 1970년대와 같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전망대로라면 관세 여파로 향후 물가가 다소 오르고 성장률은 내려가겠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패턴일 뿐 1970년대식 통제 불능 상황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도노번은 "관세는 일시적으로 물가를 높이고 성장에 부담을 주겠지만 이를 두고 언론이 스태그라고 떠들어도 지금 상황은 당시와 현격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피셔인베스트먼트도 스태그 우려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피셔인베스트먼트는 "현재 스태그 논란은 데이터에 비해 지나친 걱정"이라며 "1970년대처럼 심각한 침체와 인플레이션의 조합은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했다.

    월가 기관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은 1970년대와 현재가 얼마나 닮았는지에 대해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1974~1975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오일쇼크 여파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미국 평균 물가상승률은 약 10.1%에 달했으며 실업률도 7% 안팎으로 높았던 반면 GDP 성장률은 -0.4%를 기록했다.

    스태그 현상은 1970년대 후반 2차 요일쇼크가 터지면서 한 차례 더 나타났다. 1979년엔 미국 물가상승률이 13%를 넘었고 1980년에도 12%에 달했다. 동시에 1980년엔 미국 경기가 침체를 겪었고 실업률은 1982년 10% 이상으로 치솟았다.

    2025년은 1970년대 두 차례 스태그 현상이 발생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월가의 우세한 의견이다.

    피셔인베스트먼트는 "미국의 현재 실질 GDP 성장률은 플러스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은 하향 안정이 예상된다"며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피셔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관세는 국경에서 부과되며 미국 GDP에서 수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불과하다. 또한 관세 인상이 경제 전반의 가격 상승을 주도하기 어렵고 기업들은 공급업체와 비용을 분담하거나 우회적인 조치를 통해 비용을 완화할 수 있다.

    피셔인베스트먼트는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통화 현상"이라며 "현재 미국의 통화 공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통화 증가가 없다면 기업들이 가격 상승을 전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관세는 무역전쟁으로 비화하고 어느 정도로 지속되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이어진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틴 굴스비 총재는 "높은 관세는 물가를 올리고 생산을 줄이면서 전형적인 스태그 충격을 경제에 준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이 약 0.8%포인트 깎일 것이라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0.5%포인트 올라 연말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월가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스러운(stagflation-lite)'이라는 표현이 퍼지고 있다. 1970~80년대의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의미를 담은 조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북미 이코노미스트는 GDP 성장률이 낮거나 '제로'이면서 인플레이션이 3% 이상인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스러운'이라고 정의하며 그와 같은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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