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관세 충격 가늠한다…美 은행 실적
  • 일시 : 2025-04-07 08:00:01
  • [뉴욕은 지금] 관세 충격 가늠한다…美 은행 실적



    (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폭탄에 중국이 똑같은 강도로 보복하면서 금융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조짐을 엿봤다. 무역전쟁이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로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에 미국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는 지난 4일(현지시간) 6% 가까이 폭락했다.

    이날 폭락세는 모든 업종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금융(-7.39%)의 낙폭이 유독 컸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낙폭이 가장 큰 업종은 에너지(-8.7%)였지만 이는 관세 전쟁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원유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관세는 미국 금융업계를 직접 겨냥하지도 않았는데 금융 업종의 낙폭은 기술(-6.33%)이나 소재(-6.29%), 산업(-6.29%)보다도 더 컸던 것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S&P500의 금융업종 지수를 구성하는 10개 기업은 비중 순으로 ▲버크셔해서웨이 ▲JP모건체이스 ▲비자 ▲마스터카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프로그레시브 코프 ▲S&P글로벌 ▲아메리칸익스프레스다. 이 기업 중 프로그레시브가 -10.23%,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5.39%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나머지는 모두 7% 안팎의 낙폭을 찍었다.

    [출처 : 챗GPT 이미지 생성]


    월가에선 금융업종의 주가 낙폭이 더 컸던 것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이 중국 보복관세의 영향을 직접 받는 것은 아니지만 대출과 신용, 수익률 곡선 등에서 오히려 더 큰 타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클레이즈의 제이슨 골드버그 분석가는 지난 4일 배포한 노트에서 "은행이 직접 관세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관세에 영향을 받는 산업 전체에 노출돼 있다"며 "또한 경제와 금리, 금융시장 전반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사실 미국 은행들은 이미 올해 초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PDR S&P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6%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하락률 12%보다 더 부진하다.

    주요 이유는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불확실성이 꼽힌다. 관세 폭탄을 앞두고 미국인들의 소비심리와 소비신뢰가 급격히 꺾이면서 소비지출이 둔화했고 은행들도 유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 확정치가 57.0으로 집계됐다. 2022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1월의 71.7에서 2월 64.7로 내려앉은 데 이어 3월에는 57.0까지 하락하며 불과 두 달 사이 14.7포인트 급락하며 소비심리가 빠르게 내려앉았다.

    소비자들의 부채 부담도 치솟고 있다. 소비자금융웹사이트 월렛허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 가구의 평균 신용카드 부채는 인플레이션 조정 기준 1만달러를 넘어섰다.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 신용도 악화하는 중이다. 3대 신용기관의 독립적인 합작법인인 밴티지스코어가 제작한 크레딧게이지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5년 1월 사이에 연봉 15만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이 전체 부채에 대해 60~89일 연체되는 비율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밴티지스코어의 리카르드 반데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소득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용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더 많은 소비자가 늘어난 지출과 실질 소득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냉각과 신용 악화는 신용카드 사용액과 대출 및 예금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월가 투자은행도 늘어났다.

    JP모건증권의 비벡 주네자는 지난 3일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M&T은행, 키뱅크 등 12개 은행에 대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JP모건증권은 US뱅크의 주식 등급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강등했다. 단기적으로 US뱅크는 투자은행 부문 확장과 신용카드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동종업계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손실률에 노출돼 있다는 게 이유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월가 일각에선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불확실성 환경에서 은행주를 하나로 묶어 매수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트루이스트증권은 지난주 고객 메모에서 "현재 은행 밸류에이션은 향후 1년 내 경기침체 가능성을 약 45% 정도로 반영하고 있다"며 "'은행주는 85%가 경기 상황에 달려 있다'는 격언을 고려할 때 은행 업종 펀더멘털이 올해 개선된다 한들 현재로선 해당 업종에 대한 매수 논리를 강하게 제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관세와 글로벌 무역전쟁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방아쇠가 될 수 있고 그럴 경우 금융 업종의 타격이 특히 클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JP모건은 지난주 투자자 노트에서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이전 1.3%에서 -0.3%로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상호관세가 올해 물가상승률을 1.5%포인트 올리면서 개인소득과 소비지출을 억누를 수 있어 미국 경제도 위험할 정도로 침체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봤다.

    BofA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경기침체를 기본전망으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침체가 발생한다면 2000~2001년과 유사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은행주의 주가 평가 배수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으로 재조정될 경우 은행주는 평균 48%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ofA는 자신들이 커버하는 대형 및 중형 은행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평균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0~2001년 경기침체 사례를 참고하면 기업 대출(C&I)과 신용카드 부문에서의 실적 악화가 은행권 전반의 타격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가 뒤따르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도 금융업종을 짓누르는 재료다.

    글렌메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투자전략총괄은 지난 4일 배포한 투자 노트에서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관세 이후 "올해 4~5회의 금리인하가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본다"며 "무역정책이 일자리 시장에 미치는 하류 영향을 보기에는 너무 이르고 연준은 통화정책의 적절한 입장을 조정하기 전에 그런 종류의 증거를 기다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브트레이드의 하산 파와즈 대표도 "연준은 늦기보다는 일찍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업종을 둘러싼 우려 속에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대형 은행들의 1분기 실적과 올해 실적 전망은 단순히 은행권을 넘어 미국 경기를 가늠하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트루이스트는 "은행주들은 거시경제 불안의 전면에 있다"며 "분석가들은 이제 더 낮은 금리, 성장 둔화, 대손충당금 증가 등을 반영해 EPS 전망을 더 깊이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월가는 은행들이 대출이자 수익에서 예금 이자비용을 뺀 순이자마진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모건스탠리는 오는 11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골드만삭스는 14일, BofA와 씨티그룹은 15일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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