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위안화 절하 카드 꺼내나…국내 증시 파장은
위안화 고시 19개월 만에 7.2위안 돌파…역외 CNH 환율은 사상 최고치
외국인, 8거래일 연속 순매도…코스피 9조 넘게 팔아치워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보복관세로 대응한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면서 무역전쟁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트럼프 1기 때처럼 양국 간 무역분쟁이 악화 일로를 걷는다면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파급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일 중국 인민은행은 역내 달러-위안화 환율을 전장에 비해 0.0058위안 상승한 7.2038위안으로 절하 고시했다.
위안화 고시환율이 7.20위안을 넘어선 건 지난 202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19개월 만에 가장 약해졌다는 의미다.
간밤 역외 위안화 환율도 급등했다. 달러-위안(CNH) 환율은 사상 최고치인 7.4288위안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위안화 약세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을 격화하게 만드는 위험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통화가치 약세는 자국의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미국의 관세에 맞대응하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중국이 보복관세 방침을 밝힌 가운데 양국 간 갈등이 외환시장으로 번질 우려가 더해진 모습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지난 2월~3월과 달리 강력한 보복 태세로 전환했다"며 "통화가치 절하는 관세에 대응하기에 가장 쉽고 즉각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국내 시장은) 위안화 약세 영향보다는 중국이 강하게 저항하고 관세로 인한 충격을 돌려주겠다는 태세로 돌아선 게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위안화 급락에 긴밀히 연동해 달러-원 환율은 전날 연고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 1,473.20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고점을 경신했다. 간밤 역외 시장에서는 두 자릿수 오르면서 1,480원대 중반에 거래됐다.
환율 상승은 위험회피 심리로 외국인의 증시 매도 압력을 키운다. 외인은 최근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지속하면서 코스피를 9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다만 위안화 약세가 지난 2018년 무역전쟁 국면처럼 급격하게 갈등을 부추기진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우선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내수 부담이 크고, 외국인의 자금 유출 우려는 위안화 약세를 지속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의 국부펀드와 국유기업, 중앙은행이 일제히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중국 증시를 부양하는 점도 투자 심리를 지지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전날) 위안화가 절하 고시됐지만, 시장이 예측한 수준보다 환율이 높진 않았다"며 "중국이 내수 성장에 집중하고, 이미 수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강한 상황에 위안화 절하로 얻을 만한 이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로화나 파운드화 등 타 통화가 반등하지만, 원화만 뚜렷한 반등 모멘텀 없이 약하다"며 "국내 투자심리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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