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석준 前외자운용원장 "美와 협상과정서 환율 요동칠수도"
"관세전쟁에 달러 신뢰 훼손될 가능성"
"외환보유액 4천억달러 밑돌아도 대외 불안요인 아니다"
"외환시장 변동성 높아지면 환율 하락에 무게"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달러-원 환율이 연일 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앞으로 지속될 관세협상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경우 환율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양석준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은 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 강세를 원하지 않는 트럼프 정부가 초장기 제로쿠폰 국채 거래나 원화 강세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달러-원 환율이 요동칠수도 있다고 봤다.
또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미 국채를 매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국통화당국(FIMA) 대상 레포(REPO) 등을 활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양 전 원장은 외환보유액 감소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를 밑돌아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1조 달러대 순대외 금융자산을 가진 순채권국"이라고 강조했다.
양석준 전 원장은 1989년 한국은행에 입행 후 34년의 재직 기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외환시장과 함께 했다.
1990년대 초반 외환시장 자유화 정책과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등을 모두 현장에서 겪었다.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스와프 계약 실무를 담당했고,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개입 실무도 맡았다.
지난 2000년 외환보유액이 1천억달러가 넘어설 때부터 프론트, 미들, 백오피스 등 주요 포지션을 담당하면서 외환보유액 운용에 잔뼈가 굵어졌다.
그는 한은에서 기획협력국장, 국제국장을 거쳐 외자운용원장을 역임한 후 자본시장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양석준 전 외자운용원장과의 일문일답.
-- 트럼프 관세 폭탄에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글로벌 달러 가치는 어떻게 예상하나.
▲올해 들어 글로벌 미 달러 강세 추세가 누그러지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약세폭이 확대됐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당분간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의 보복 대응 여부, 각국의 미국과의 개별 협상 상황 등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환율 변동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물론 무역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될 경우 미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재부각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 달러-원 환율의 향후 움직임을 어떻게 보는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단락됐지만 글로벌 달러 약세 영향으로 달러-원 환율은 하락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 다만 향후 미중 무역전쟁 양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다. 트럼프가 관세와 군사 방위를 무기삼아 무엇을 요구할지 불확실성이 크다. 대미 무역흑자 조정을 구실로 큰 폭의 달러화 약세와 함께 초장기 제로쿠폰 국채 스와프거래를 강요할 수 있다. 미국과의 개별 협상 과정에서 달러-원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
--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를 밑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과거에는 그랬다. 지금은 아니다. 양적 평가 기준으로 많이 인용되는 IMF의 적정규모 산출방식을 IMF는 2023년부터 우리나라에 적용하지 않는다. 2025년 2월초에 나온 IMF연례협의회(Article Ⅳ consultations) 결과를 보면 IMF는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광범위한 종류의 일어날 만한 충격(a wide range of plausible shock)을 상정해 볼때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 부족을 언급하며, 다다익선이 위기의 해결책인 양 주장하는 목소리는 그만 내야 한다.
--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경험을 직접 했지 않나.
▲정말 외환보유액 감소가 우려된다면 정부가 한국투자공사(KIC)에 대체투자를 위해 외화자산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투자자산은 안전성과 유동성 측면에서 외환보유액에 포함되지 않는 고수익, 고위험 자산이다. 2024년말 현재 KIC의 대체자산 운용규모는 450억달러가 넘는다. 이제 외환보유액은 쌓아놓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앞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장기 투자자산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은행도 중장기적으로 보유 외화자산의 일부를 대체투자으로 전환해 운용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650억달러 상당의 외환스와프 계약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실제 외환스와프 거래가 일어나면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만기가 되면 다시 회복되는 구조이다. 다만, 환율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 한 계속 롤오버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외환보유액이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우려할 일은 아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달러를 넘는 상태에서 외환보유액 일부가 빠져나와 국민연금이라는 공적자산으로 재분류된 것이다. 대외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없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환율이 높을 때 환헤지에 나서면 나중에 환율이 급락할 때 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 외환시장 여건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순 대외금융부채 상태였다. 개념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모두 동원해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의 자산을 변제할 수 없는 상태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의 역할과 위상이 중요했고 규모의 변화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1조달러가 넘는 순 대외금융자산에서 외환보유액을 제외하고도 민간 영역에 남은 금액이 외환보유액을 훨씬 초과할 정도로 많다. 갚을 빚이 많고, 현금이 없는 상황과 빚이 없고 주머니에 현금이 있는 상황은 다르다. 외환시장을 둘러싼 주변 여건은 과거와 달라져 있는데 미래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아직도 1997년 외환위기 프레임에 갇혀있는 듯하다.
-- 외자운용 경험에서 볼 때 자산배분은 어느 쪽이 좋다고 보나.
▲자산배분 키워드를 꼽자면 유럽과 채권이라고 말하고 싶다. 유럽은 향후 몇 년간 눈여겨 봐야 할 곳이다. 트럼프가 쏘아올린 공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독일이 국방비와 인프라 지출을 위해 80년 만에 헌법을 바꾸고 유럽연합(EU)은 공동부채의 발행을 통한 재정 통합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채권은 유럽과 미국의 경제와 금리 환경을 고려할 때 투자 매력도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 비트코인을 외환보유액에 포함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외환보유액의 대체자산 투자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지만 아직은 그쪽으로 가는 과정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하자는 것은 안정적인 다변화가 된 후에 나와야 할 것이다.
-- 지난해 '최후의 보루, 외화자산이 미래다' 책을 발간했는데.
▲그동안 외환보유액과 뗄 수 없는 외환시장과 외자운용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지식과 경험을 녹인 책이다. 지난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구조 선진화를 통해 우리 외환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 용이성을 제고시킨 것은 큰 성과였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역외시장, 즉 글로벌 외환시장 관점에서 우리 시장이 진전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시안적인 위기 프레임적 사고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시장체계를 과감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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