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환율전쟁도 발발하나…"7.2위안은 중요 척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이민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104%의 관세를 추진하고 중국 당국은 위안화를 대폭 절하 고시하면서 역외 위안화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위협이 세계적인 환율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8일(미국 동부시간) 7.4118위안으로 전장보다 0.0647위안(0.881%) 급등했다. 종전 최고치인 지난 2022년 10월 25일의 7.3749위안을 갈아치웠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장중 7.4289위안까지 치솟기도 했다.
역외 위안화 가치가 추락하는 것은 중국 당국의 다분한 의도로 평가된다. 중국이 무역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용인하는 강도도 강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7.203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지난 202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산 제품의 수출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중국이 받는 미국의 관세 압박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BNP파리바는 "지난 주말부터 중국이 미국 관세 발표에 강경하게 대응하며 결국 통화를 평가절하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며 "이런 시장의 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전일 위안화 고시 수준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7.2위안 이상으로 고정한 것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하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신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즈호증권의 켄 청 외환 전략 이사는 "관세 발표 이후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인민은행은 점진적으로 환율의 양방향 유연성을 더 허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앙은행이 자본 유출 위험 때문에 급격하게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완화하기에 앞서 통화의 안정을 유지하려 할 것이고, 이는 위안화의 하방 압력을 더욱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당국의 통화정책 완화에 앞서 시장의 기대가 위안화 약세로 쏠릴 수 있고, 시장 심리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위안화의 선제적인 평가 절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국의 통화 평가 절하는 미국으로부터 무역 압박을 받는 다른 나라의 외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전 세계적으로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닝스타는 "기준환율 7.2위안은 중국이 통화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척도로 여겨진다"고 진단했다.
웰스파고는 향후 2개월간 최대 15%의 고의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중국이 위안화를 목표로 삼는다면, 최대 30%까지 큰 폭의 절하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급격한 평가 절하는 자본 유출 위협과 금융 시스템 혼란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모닝스타는 "이번에는 중국이 통화를 크게 평가 절하하는 것은 꺼릴 것"이라며 "급격한 평가 절하는 미국의 더 많은 분노를 일으키고 더 많은 자본을 중국에서 몰아내 중국 금융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날 전국공화당의회 위원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은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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