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환율전쟁] 트럼프 입만큼 무서운 복병 '美환율 보고서'
2019년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재현될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의 관세 유예에도 중국과의 관세 갈등이 지속되면서 미국 재무부의 상반기 환율보고서가 나오면 2019년 환율 전쟁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서울외환시장 전문가들은 11일 미국 재무부가 보통 4월 또는 6월에 발표하던 상반기 환율보고서가 관세와 환율 협상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이번에 환율보고서가 나온다면 강경한 메시지가 포함될 수 있다"며 관세나 환율과 관련해 "협상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초부터 미 달러 약세와 미 국채 금리 하락을 지향한다고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강세를 추구하지만 무역 협상에서는 미 달러 약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던진 관세 폭탄은 무역 대상국 환율을 요동치게 했다.
주요 무역대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을 때 이들 국가의 환율 흐름은 급등했고, 글로벌 달러인덱스 하락과 괴리된 양상을 보였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용인에 달러-위안(CNH) 환율은 7,42위안대까지 역대 최고치로 올랐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경신했다. 다른 아시아통화들도 달러 대비 약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90일 유예하는 조치를 한 후에도 외환시장은 또 다른 변동성 국면으로 전환됐다.
무역 대상국의 통화가 급격히 약세로 기울면 트럼프 정부는 달러 강세에 따른 여파를 고스란히 받게된다.
주요국은 환시 달러 매도 개입을 위해 보유중인 미 국채를 매도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미 국채 금리 하락을 원하는 트럼프 정부에도 불편한 대목이 될 수 있다.
전일 중국 위안화 약세와 함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외환시장에서는 주요국 정부의 미국채 매도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당국은 관세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조기에 진화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며 주장으나 중국 인민은행은 "급격한 위안화 하락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주요 국유은행들에 미 달러 매수시 확인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도 "미국 국채 매각을 미·일 관계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어 그는 "현재 일본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전쟁이 심화되면 환율도 협상의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점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달러 약세와 상대국 통화 절상을 압박한다 해도 외환시장은 환변동성이 커질 위험에 처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가 새로운 복병이 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는 ▲상품과 서비스 등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 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를 기준으로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평가한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환율보고서에서 대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기준을 초과하며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당시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등 7개국이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한국의 경우 고환율로 몸살을 앓고 있어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개입 행보는 사실상 없다. 이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작다.
그럼에도 이번에 미국 정부가 중국의 환율 조작을 내세울 경우 갈등의 여파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지난 2019년 8월 환율보고서 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였던 지난 2019년에도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웃도는 '포치'(破七)를 기록하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3개 요건 중 대미 무역흑자 한 가지만 충족했음에도 미국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후 중국 달러-위안 환율은 7.10달러대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약간 내려왔다. 달러-원 환율도 당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미국 환율 보고서는 급등했던 주요 무역대상국의 환율을 흔드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미 정부가 '제2의 플라자합의' 일환으로 달러 약세 카드를 내세울 경우에도 변동성 위험은 커진다.
고공행진을 펼치던 무역대상국들의 환율이 돌아설 여지가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환율을 겪은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를 계속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변동성 장세 속에서 외환당국이 고강도 달러 매도 개입으로 원화 절상에 적극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환율 보고서가 나올 경우 오히려 달러-원 환율이 아래쪽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역 상대국들이 미 국채를 투매하고, 자국 통화 약세와 달러 강세에 대응하는 상황은 미 국채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싶어 하는 트럼프 정부의 시나리오가 깨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환율보고서는 미중 관세 전쟁에서 예측이 어려운 변수로 꼽혔다.
또 다른 외환시장 참가자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4월에 바로 나오지는 않을 것 같고 연기될 수 있다"며 "상호관세 발표도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환율 보고서가 나온다 해도 결과를 알 수 없고, 트럼프 1기 때도 중국에 대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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