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매수 적기' 트럼프 뒤에 헤지펀드가 있나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에 헤지펀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뉴욕에서 근무하는 자산운용 담당 임원은 14일(현지시간) 최근 뉴욕증시를 보고 이렇게 평가했다.
발단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9일 뉴욕증시 개장 이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매수하기 정말 좋은 시기. DJT(THIS IS A GREAT TIME TO BUY!!! DJT)"라고 올렸다.
무엇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어'는 없지만, 뉴욕증시가 한창 급락할 시기였다. 지난 2일 상호관세가 발표 후 2거래일 동안 뉴욕증시는 11조달러(약 1경5천조원) 증발했다. 미 국채 금리는 오르고, 달러는 내림세를 탔다.
'매수 적기' 발언 4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 나라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해준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환호했다. 보합권에서 머무르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12.16%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2001년 1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역대 두 번째로 큰 일일 상승률이기도 하다.
또 주목해야 할 건 'DJT'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인 '도널드 존 트럼프'의 약자이지만, DJT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NAS:DJT)'의 종목 코드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이 최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는 신탁회사를 통해 DJT의 주식 1억1천400만주를 보유한 대주주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가치는 20억달러가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매수 적기' 발언 이후 이 주식은 전장 대비 9.48% 상승하더니, '유예 발표'에 21.67%까지 치솟으며 마무리됐다.
운용자금을 관리하는 현지 보험사 임원은 "이건 뒤에 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 기간에 고(高) 레버리지로 자금을 운용하는, 예를 들면 헤지펀드 같은 경우 전수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다.
미국 야당에서도 내부자 거래에 대한 의혹은 제기됐다. 아담 쉬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러한 끊임없는 정책 변동은 내부자 거래에 위험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부 중 누가 트럼프의 관세 뒤집기를 미리 알고 있었나?, 주식을 사고팔아 국민의 희생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 있는지, 나는 백악관에 편지를 쓰고 있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유예 발표' 전후로 모든 의원에게 24시간 동안 매입한 주식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일가를 두고 이해 상충을 지적하는 비판이 많이 나온다. 특히, 가상자산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움직임은 노골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부터 친(親) 가상자산 기조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일 때 두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은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를 출범시키고,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밈 코인'을 판매했다.
두 아들은 또 지난 달 31일에는 비트코인 채굴을 목적으로 한 '아메리칸 비트코인'도 세웠다.
두 아들이 세운 아메리칸데이터센터(ADC)가 가상자산 인프라 기업인 '허트8(HUT8)'의 비트코인 채굴 분야와 합병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ㆍ차남은 ADC를 통해 아메리칸 비트코인의 지분 20%를 챙긴다. 두 아들이 밈 코인만 아니라 6만1천대의 채굴기로 직접 비트코인을 캐내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가상 화폐는 달러와 경쟁하는 또 다른 통화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변심하게 된 계기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이해 상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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