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환율 부담에 경기 부양용 금리인하 미뤄져
외환시장 변동성 우선 고려…1월 동결 때와 비슷한 상황
관세 전쟁 속 저성장 경고 줄이어…내달 인하 전망↑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최근 미국발 관세 전쟁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를 고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높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 일부 완화에도 여전히 높은 원/달러 환율에 부담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조기 대선 전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예고한 만큼 재정정책의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 1월 이어 4월도 '롤러코스터' 환율에 발목 잡혀
금통위는 고환율 위험을 가장 경계하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밤 1,440원대로 치솟은 뒤 이날까지 1,400원 아래로 내려오지 못했다.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 불확실성에 미국 신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충격이 겹치면서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특히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가장 높은 1,484.1원까지 뛰었다.
이후 고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여 이날 장중 1,410원대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언제든 1,500원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다시 급등할 수 있어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는 통화당국에 운신의 폭을 제약하는 변수로 꼽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부터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환율 변동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한미 금리 차(현재 1.75%포인트)가 더 벌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간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연설에서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리기에 좋은 위치"라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금통위는 지난 1월에도 환율 문제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당시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고환율에 한 번 쉬어가기로 했다"는 취지로 배경을 설명했다.
◇ 내달 성장 전망 낮추며 금리 인하 가능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속단하기 어렵지만, 금통위가 다음 달 29일 열리는 차기 회의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최근 경제 동향'에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작년 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산업 수출 전선에도 비상등이 들어왔다.
이에 해외 투자은행(IB)은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주요 IB 8곳의 평균 전망치는 1.3%대까지 하락했으며, JP모건(0.7%), 캐피털 이코노믹스(0.9%)를 비롯한 일부 기관은 0%대 저성장을 경고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글로벌 무역 갈등 심화를 가정하고 제시한 '비관 시나리오' 전망치 1.4%를 이미 밑도는 수준이다.
한은도 미국발 관세 충격 등을 반영해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보다 대폭 낮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으로 꼽힌 가계부채 문제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연초 주택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대출 증가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환율에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향후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1% 올라 1월(2.2%)과 2월(2.0%)에 이어 석 달 연속으로 2%대 초반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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