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국도 달러 불신…3년 만에 최저치에 '구조적 매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매도 압력이 강해진 가운데 달러 인덱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0% 하락하며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는 단순히 관세 인상이 미국 경기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만은 아니"라며 "유럽 등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달러 이탈 움직임이 확산해 구조적인 달러 약세로의 전환이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달러 약세로의 전환 양상
실제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기준선인 100을 하회해 99 초반대로 밀려났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00)에 따르면 달러인덱스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개월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지난 11일 99.00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2022년 4월 이후의 최저 수준이다.
엔화 강세·달러 약세에 따라 달러-엔 환율도 전일 141엔대까지 하락해 최근 3개월간 약 14엔가량 떨어졌다.
핌코의 마크 사이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이 자초한 구조적인 달러 약세가 시작됐다"며 "보호무역주의로의 정책 전환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미국 투자를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인상이 미국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재확산을 초래하며,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에 역풍이 된다는 것이 첫 번째 달러 매도 경로인 셈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기존에는 주가 하락 시 안전자산으로 국채를 매수하던 투자 패턴이었다면 이제는 주가·국채·달러가 동시에 하락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이건 고전적인 신흥국 금융위기에서 보이던 현상으로 해외 공공기관이 미국 금융자산을 대규모로 매도하기도 전에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신뢰 흔들리나
달러 기축통화로서의 신뢰가 흔들리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전 인도중앙은행 총재)의 대담 행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라잔 교수가 "전 세계적으로 달러 부족이 발생하면, 과거처럼 (각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묻자 파월 의장은 "물론이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리먼 브라더스 사태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처럼,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달러 자산을 급히 매도하면서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연준은 각국 중앙은행을 통해 대량의 달러를 공급해 시장을 진정시킨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대화는 그 '안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지만, 배경에는 미묘한 불안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달러 공급 정책은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마저 대량 매도해 미국 금리가 급등하고, 미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 역시 "이 정책은 미국 소비자에게 매우 유익하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라며 "해당 안전망이 철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각국 탈달러 본격화…'달러 최대 의존국' 일본의 대응은
각국의 탈달러 움직임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가 보유한 달러 자산이 동결되자 중국 등은 미국 국채 보유를 급속히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중국과 브라질은 각각 10∼20%씩 보유한 미국 국채를 줄였고, 최근 1년간은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축소에 나섰다.
특히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인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본은 코로나19 시기에 연준의 달러 공급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이용한 국가로, 일본계 은행들은 달러 조달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큰 혜택을 받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일 간 관세 협상에서는 환율 문제가 재무장관 회담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한 일본 베테랑 헤지펀드 매니저는 "일본은 공공 보유 미국 국채 중 단기 자산을 장기로 전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리 상승에 신경 쓰는 미국과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플라자합의 당시 불과 2년 만에 달러-엔 환율이 250엔에서 120엔대로 하락하며 급격한 엔고가 진행됐다"며 "환율 협상에 깊게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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