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선희 노무라 FX헤드 "관세 영향권은 전세계…달러지수 봐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시장은 항상 저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달러-원 환율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자 민선희 노무라금융투자 FX트레이딩헤드(본부장)는 이렇게 말했다.
외환위기 때부터 하루하루 시장의 파도와 함께 한지 28년. 베테랑 트레이더인 민 본부장이지만 시장 감각을 유지하고자 매일 같이 트레이딩에 나선다.
민선희 노무라금융투자 본부장은 1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전쟁 여파에 대해, "우리나라가 수출 주도 경제이다 보니 시장이 전체적으로 움직이면 어쩔 수 없다"며 "달러-원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달러인덱스를 따라가는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의 영향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요 통화들, 달러-원과 연계돼 있는 동북아 통화들을 비교해보면 달러인덱스 대비 달러-원 변동성은 적정 수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만 관세를 맞은 것이 아니라 다 맞은 상황"이라며 "중기적으로 봤을 때는 힘들겠지만 다들 비슷한 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세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나 대부분의 나라가 대미수출에서 관세 영향권에 들어간 만큼 시장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빠졌지만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모두 겪은 민 본부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위기 때 패닉이 오는 경우는 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라며 "지금은 환율이 뛰었을 뿐 달러 캐쉬가 부족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를 겪으면서 숏텀 펀딩에 제약을 둠으로써 과거와 달리 시장이 좀 더 건강해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민 본부장은 과거 위기 속에서 1개월부터 1년물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달러 펀딩의 중요성을 체감한 바 있다.
IMF 외환위기 직전에 직장에 입사해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온 민 본부장이지만 매번 일이 쉽게 풀렸던 것은 아니다.
결혼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직장에서 빠른 스피드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순간도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보다 늦더라도 거북이처럼 가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해왔다고 한다.
특히 마음이 복잡할 때 손뜨개를 한 덕에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뜨개질은 집중을 많이 해야 하는 단순하지 않은 작업이지만 운동과 함께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취미입니다"
차근차근 집중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일은 민 본부장만의 경쟁력이다.
트레이더로서의 원칙을 묻자 그는 "스탑을 지키려 노력하고, 감정 컨트롤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특히 감정적으로 딜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남들이 뭔가를 한다고 쫓아가기보다 조금 지켜보다 이것이 트렌드인지, 레인지인지 판단한다"며 "트렌드장이면 쫓아가도 괜찮지만 레인지 장이면 잘못 가면 상투 잡으니까 좋아 보이더라도 참는다"고 말했다.
민선희 본부장은 1997년 도이치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해 도이치 싱가포르 지점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2010년부터 노무라금융투자에 합류했다.
노무라 싱가포르를 거쳐 지난 2018년부터 노무라 한국법인에서 파생상품부 FX트레이딩헤드를 맡고 있다.
다음은 민선희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부터 이어진 서울외환시장 구조개선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역외에 달러-원 외환시장을 개방한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NDF시장을 온쇼어 뱅크들에 허용한 이후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시장이 정착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부의 확고한 의지로 점차 개선해가면서 활성화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관세 전쟁의 여파가 큰 것 같다
▲당분간 시장 변동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는데 특히 달러-원은 다른 아시아통화에 비해 시장이 오픈돼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오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최근 우리 외환시장 개방은 정말 챌린지한 상황인 것 같다. 그럼에도 정부 관계자들의 시장 오픈 의지가 큰 것 같다. 변동성이 큰 장에서도 개방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데 노무라의 대응은
▲노무라 런던과 여러 차례 회의를 하면서 시장 활성화 방안이나 역외 손님들의 수요를 지난해 조사를 해 봤다. 역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데 시스템 셋업과 스와프 거래의 표준 계약인 ISDA agreement에 시간이 생각보다 걸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른 외국계 은행과 다르게 증권사이기 때문에 크레디트라인(credit line)을 최대한 다수의 금융기관과 구축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WGBI 자금 유입과 관련해 향후 외환시장은 어떤 변화를 겪을까
▲WGBI 자금 유입과 함께 점진적으로 한국 국채를 해외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역외 참가자들도 더 적극적으로 DF(일반 선물환) 마켓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보다 한국 금리가 낮지만 그럼에도 한국물을 사야 하는 비중이 있는 듯하다. 그러면 원화물에 관심을 갖는 자금 유입도 예상되고, 예전에 NDF로 헤지를 했지만 이제는 DF마켓을 점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원화 국제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달러-엔이나 유로-달러같은 국제통화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또한 정부의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아시아 통화 중 가장 거래가 활발한 통화이고 전반적인 금융시장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 중 규모와 개방 정도가 가장 앞서 있어서 외국인 접근성이 높고 친근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WGBI 편입이 시작되면 자금 유입의 효과도 있으나 한국 국채를 실제로 해외에서 사용이 가능해져 이 또한 원화 국제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최근 달러-원 환율에서 주목할 만한 요인과 유의할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에도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편이다. 여러 지표와 정치적 이슈, 수급을 보면서 거래를 하는데 최근 많은 부분은 저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외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해외 시장과 정치에 대한 씽크탱크를 활성화 해 시장 변화에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응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즘 시장에서 제일 관심있는 부분은
▲관세도 있지만 국내에서 앞으로 대선 관련 내용이 구체화되면 우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또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주식과 금리차도 항상 보고 있다. 특히 개인들이 미국 주식과 채권을 많이 사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는 바로 환전이 일어난다. 달러 수급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계속 바이가 들어오니까 요즘 많이 보고 있다.
--업무를 할 때는 어떤 리더인가
▲해외 생활을 오래 해서 상사와 부하 직원이라기보다 동료로서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시장에 항상 겸손해야 하고, 남의 말도 좀 들어봐야 한다. 요즘 트렌드는 직원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항상 오픈해서 들어보려 노력한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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