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래플스 패밀리오피스 韓담당 "정치불안 해소…환율 1,400원 임계점"
  • 일시 : 2025-04-22 08:00:05
  • [인터뷰]래플스 패밀리오피스 韓담당 "정치불안 해소…환율 1,400원 임계점"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100조원대를 굴리는 래플스 패밀리 오피스의 한국 담당인 유성원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전무급)는 현재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을 주목하며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해외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봤다.

    22일 유 전무는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국내 시장에 투자할 때 밸류에이션보다 먼저 보는 게 환율"이라며 "환율이 더 오르지 않는다는 확신이 설 때 적극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대통령 탄핵과 같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가 점차 해소되면서 6월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점차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유 전무는 "당장 삼성전자의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르느냐보다 앞으로 원화 가치 상승에 대한 여력이 있을 때만 투자가 들어올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 이슈가 일단락되면서 국내 불확실성이 걷히자마자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시아 금융 시장이 미국발 관세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관세는 점차 예측할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그는 해석했다.

    그는 "각국 협상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고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이 떨어졌을 때 많은 서학 개미들이 주식 투자에 나선 것을 보면 시장 투자 심리는 굉장히 높다"며 "관세는 예측 가능하고 회복 가능한 시장 변수"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 섣불리 추격 매수하거나 저점 매수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아시아 시장에선 유동성이 풍부한 홍콩 주식이 타지역 대비 아웃퍼폼할 전망이다.

    딥시크(Deepseek) 모델의 성공 이후 중국의 기술 섹터가 주목받았고 홍콩 내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도 선행 지표로 꼽히는 월세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도 좋은 조짐이라고 유 전무는 분석했다.

    래플스 패밀리오피스는 홍콩 및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멀티패밀리오피스 업무를 하며 프라이빗에퀴티(PE) 투자가 주력이다. 2023년 기준 래플스의 고객 관리 자산은 한화 기준 약 94조원이었으며 지난해 12월 100조 원을 돌파했다. 최근까지 앤트로픽(Antropic), 앱트로닉(Apptronik), xAI 등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에 활발히 참여했다.

    유 전무는 2005년 도이치뱅크 홍콩 PWM, 2007년 UBS 홍콩 GWM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 겸 투자컨설팅 팀장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한국투자증권에서 초고액자산가 전담조직 GWM 전략담당 총괄로 조직 구축부터 전문가 영입까지 세팅했다. 작년부터 래플스 패밀리오피스에 합류했으며 현재 서울시립대 경영대 겸임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일반 자산운용사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프라이빗 마켓에 투자하며 PE를 포함해 벤처캐피탈(VC), 사모부동산 등 여러 부문을 다룬다. 최근 가상자산 투자에 따른 부호들이 늘면서 관련 상품 개발도 활발하다. 패밀리오피스는 현재까진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글로벌 부유층일수록 공통적으로 세금 최적화, 자산보호, 승계전략,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패밀리오피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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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유성원 매니징 디렉터와의 일문일답.

    ▲최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컸다. 외국 투자자들은 어떻게 보나.

    --해외에서 국내 시장에 투자할 때 밸류에이션보다 먼저 보는 게 환율이다. 당장 삼성전자의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르느냐보다 앞으로 원화 가치 상승에 대한 여력이 있을 때만 투자가 들어올 것이다. 정치가 점차 안정되고 금리가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간다고 하면 환율은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정치 문제가 소폭 해결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외국인들은 환율이 내려갈 기조가 보이면 저평가된 주식을 담을 것이다. 수혜는 업종 대표주 중심으로 화장품, 테크 관련 기업들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하반기로 갈수록 1,400원대 초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이미 1,400원 후반대를 경험한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그 수준만 유지되도 점차 1,300원 후반대로 갈 것이란 기대에 투자를 본격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은.

    --미국의 고용과 물가는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데 고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매월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보면 실업률은 일정하고 물가는 어떨 때는 높지만 연준의 예상 범위내에서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금리 인하 압박이 커졌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반기는 더 커진 느낌이다. 결국 시간은 걸리겠지만 경기 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란 기대에 성장 모멘텀도 커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신호가 미국 경제의 견고성을 유지할 것이다. 연준은 물가보다는 경기 침체에 더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아시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홍콩의 대형 금융사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각국 협상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이 떨어졌을 때 많은 서학 개미들이 주식 투자에 나선 것을 보면 투자 심리는 굉장히 높다. 시장 전문가보다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강하게 살아있는 게 긍정적이다. 관세는 예측 가능하고 회복 가능한 시장 변수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추격 매수하거나 저점 매수에 나서기보단 더 지켜보면서 투자해야 한다. 오랫동안 관찰한 주식이라면 천천히 분할 매수해야 한다. 3개월 가량 지켜보면서 3분기 초까지 매수하면 좋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관세 문제는 모든 국가가 넘을 허들이다.

    아시아 지역에선 유동성이 풍부한 홍콩 주식이 타지역 대비 아웃퍼폼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특히 딥시크 이후에 홍콩에 상장하는 중국 기술 기업들의 IPO도 늘었다. 딥시크와 같은 AI 검색 엔진 관련 기업들의 IPO가 주목된다. 전세계적으로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여전히 화두는 AI고 바이오, 금융 섹터는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 신호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시행된 부양책이 점진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중국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부동산 시장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홍콩 주식시장도 이 상승세의 혜택을 보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랠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항셍지수(HSI)의 선행 P/E 배율이 11배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역사적 평균과 유사한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특히 홍콩의 월세 시장이 반등하면서 선행 지표는 긍정적이다. 이는 유입 인구가 바닥을 치고 늘고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매매 시장은 바닥권에서 조금 올라온 정도다. 모기지 금리는 현재 3%를 상회해 여전히 대출이 활발히 일어나긴 어렵다.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는 현금 투자자밖에 유입이 안 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반등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올해보다 내년 주식 시장 회복을 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금리를 낮추고 있으니 주식 시장도 최저점보다 빠지지 않고 있다.

    ▲래플스 패밀리오피스의 주된 투자처는.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화두인 만큼 딥시크 등 AI 검색 엔진 쪽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IMM 등 대형 PE, VC 등과 협업할 준비가 됐고 래플스 패밀리오피스를 통한 투자 유치 또한 활발하다. 특히 IT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등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래플스가 시리즈별로 투자한 기업 중에 해외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받은 투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앱트로닉과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 xAI 등이다.

    미래에는 가상자산 부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 디지털 패밀리오피스도 중요해질 수 있다. 이미 가상자산 오너들의 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하는 '레보 디지털패밀리오피스(Revo Digital Family Office)'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주가연계증권(ELS)을 조성하는 등 가상자산 기반 펀드들이 여러 개 있다.

    국내에선 그간 대기업 오너들은 회사 별도 조직으로 가업의 승계 문제를 다뤘으나 갈수록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신흥 부자가 많이 생기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 수요도 많아질 것이다.

    ▲한국 슈퍼리치 시장 가능성은?

    --국내에선 전통적으로 해외 주식, 미 국채 정도에 투자하고 있으며 사모펀드 외에 종합적인 건 아직이다.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현재 완숙되지 않았지만 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형 기관만 커버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니즈를 채우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멀티 패밀리오피스가 어떤 형태로든 생겨나면 금융시장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금융의 파이가 커질 것이다.

    한국의 경우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충분한 외환보유고가 있어도 규제가 많다. 서학개미로 해외 투자는 많이 늘었지만, 국내에서 외국인의 PE 다이렉트 투자는 아직이다.

    ▲부의 파이가 커지려면.

    --싱가포르의 경우 큰 가이드라인만 정하고 자유를 많이 준다. 하지만 우린 핀셋 규제다. 싱가포르의 경우 패밀리오피스 유치에 적극적이다. 적정 인원과 금융자산 5천만 달러가량을 구비하면 싱글 패밀리 오피스 라이선스를 주고 법인세는 제로다. 사람과 돈이 몰리게 하는 것이다. 홍콩도 비슷한 유인책을 갖고 있으며 투자 이민까지 활발해 가족까지 데려올 수 있다.

    특히 홍콩의 경우 주식시장의 상승과 투자자 신뢰 회복에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 완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홍콩 정부는 경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과 세금 감면 등의 부양책을 도입했다. 또 기술 산업과 같은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공매도 재개 및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했다.

    우리나라의 부도 성장하고 있지만 대형사 중심이다. 전통적 기법으로 자산관리를 해 탄탄한 저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활용해 전문성과 다양성을 늘릴 필요가 있다. 결국 돈이란 건 더 나은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를 통한 안전성을 향해 움직인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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