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협상에 수입 늘어날라…기업 달러 보유 확대 촉각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윤은별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의 통상 협상의 접근법이 가닥을 잡았다. 수출은 유지해 국내 산업 침체를 막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미국산 물품을 더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대미 수입 확대가 본격화하면 관련 기업들의 달러 보유 움직임도 바빠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되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 2023년 이래 월평균 46억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무역적자가 상대 교역국의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바탕으로 상호관세율을 산정했다. 미국산을 더 사가라는 압박 중 하나로 해석됐다.
당분간 상호관세는 유예됐고, 우리나라는 미국과 '2+2'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이 원하는 바를 상세히 듣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 방점을 뒀다. 향후 새 정부가 출범하고 구체적 조건들이 오가는 협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통상 협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무역 흑자 축소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을 인위적으로 줄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수의 수출기업이 도산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중으로 풀이됐다.
수입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다. 그동안 기업들은 수입 물품 결제를 위한 달러 확보 수단으로 외화예금과 단기 외화 금융상품, 선물환, 차입 등을 활용했다. 전반적으로 달러를 넉넉히 쌓아두는 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기업의 외화예금은 846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수입기업의 예비 결제자금은 절반 이하로 알려졌다. 분기 말과 연말에 좀 더 축적되는 측면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수개월 정도 쓸 부분만 모아둔다고 금융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외화 머니마켓펀드(MMF)는 활용도가 다소 제한적이고, 선물환과 차입은 기업의 외화 관리 노하우 신용등급에 따라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들어서 대미 협상의 윤곽이 그려지면 일부 섹터를 중심으로 달러 조달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결정에 수급 이외 변수가 많은 만큼, 기업들이 먼저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국면으로 분석됐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리스크팀장은 "개별 기업이 수입을 늘리기보다, 수입에 있어서 정부 역할이 큰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입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구조적으로 달러를 쓰는 방향은 맞겠지만, 개별 기업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는 쪽으로 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산업계의 달러 수요 등 수급보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이에 따른 미 국채 금리 방향성이 더 환율에 대한 결정력이 클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해외에서의 매출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월별로 수지를 관리하고 달러가 부족한 경우에는 차입으로 마련한다"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클 때는 사후에 대응하는 편이 낫기 때문에 대선 이후 한미 관계 변화를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byu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