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에 시선 뺏긴 서울환시…잊혀진 외인과 주목받는 위안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일으킨 관세 전쟁에 서울외환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에 영향력 있던 재료가 존재감을 잃거나 약달러 대세 흐름을 덜 타는 이례적인 현상도 관찰되는데 모두 관세 전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연합인포맥스 매매추이(화면번호 3302번)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3월 28일 이후부터 전날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주식을 내던졌다.
18거래일 동안 주식을 순매도한 규모가 무려 12조4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통상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주식 매도는 당장 환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달러-원 환율을 밀어 올리는 재료로 작용하지만, 최근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환시 전문가들은 관세 전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미중 간 갈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친 발언 등 글로벌 무역 질서의 요동에 관심이 쏠려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른 패턴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외국인 일간 주식 매매 동향은 달러-원 환율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라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 시계열을 놓고 보면 굉장히 잘 따라다니는데 지금은 성립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환전해 빠져 나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며 "달러화 약세와 상대적인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미국의 관세 전쟁과 그 전개 과정에서 커진 미국에 대한 불신, 그에 따른 '탈달러' 심리가 다른 재료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대립도 위안화에 대한 주목도를 한층 더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관세 보복의 수위를 높여가는 치킨게임 끝에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환시 참가자들은 이미 100%를 넘어가는 순간 숫자로서의 의미는 사라지고 '교역을 하지 않겠다'는 협박만 남은 것으로 본다.
갈등이 격화되다 보니 중국의 대응 카드로 꼽히는 위안화 가치 절하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오전에 이뤄지는 중국 인민은행의 고시환율 발표를 기점으로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 빈번하게 목격된다.
장중 달러-위안 움직임의 영향력도 커지는 분위기이며 큰 흐름에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가파른 약달러 흐름에도 달러-원 환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달러 인덱스와 달러-원의 괴리된 궤적이 이를 보여준다.
많은 환시 전문가들은 달러 인덱스가 100 아래로 내려가면 환율도 1,300원대로 낮아지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환율은 여전히 1,410원선을 뚫고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데 거론되는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위안화 하락 흐름에 연동된 원화 약세가 꼽히고 그 출발점에 관세 전쟁이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당분간은 관세 전쟁의 전개, 특히 미국과 중국의 협상 추이가 환시 움직임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지금 환율이 잘 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위안화 약세"라며 "미중 협상이 지연될 경우 달러-원과 달러 인덱스의 괴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유로화나 엔화가 더 힘을 받아 달러 인덱스가 80대까지 떨어진다면 결국 달러-원도 레벨 다운 하겠지만 기대만큼 빠르게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신흥국 통화 대비로 산출되는 달러 인덱스는 선진국 통화로 산출하는 달러 인덱스 대비로 덜 떨어졌다"면서 "관세 민감도에 따라 차별화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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