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훈 씨티銀 본부장 "달러화 이미 중기적 약세 가능성"
  • 일시 : 2025-04-24 09:50:01
  • [인터뷰] 이상훈 씨티銀 본부장 "달러화 이미 중기적 약세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2020년 이후 이어져온 전반적인 달러 강세의 시장이 중기적으로 이미 약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이상훈 한국씨티은행 자금외환파생운용본부 본부장은 최근 연합인포맥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글로벌 달러가 더는 선호받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에도 원화의 강세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달러-원 환율이 본격적으로 하락세에 진입하려면 두 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과 유화적 방향으로의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 전개라는 조건이다.

    특히 작년 말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함에 따라 세계 주요국과의 금리차 확대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2% 감소했다. 작년 2분기 이후 3개 분기 만에 역성장이다. 전년대비로도 0.1% 감소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0%에서 1.0%로 절반이나 깎았다.

    이 본부장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 열려 있지만 결국 관세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착화될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의미 있게 무역이 둔화한다면 원화 강세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인 제공


    ◇ 높은 변동성에도 원화ㆍ외화자금 시장은 안정적

    이 본부장은 다만 높은 변동성에도 원화나 외화자금 시장은 안정된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기 외환(FX) 스와프포인트가 하락세지만 패닉성 매도세는 관찰되지는 않는다"면서 "오히려 역외 투자자들의 선물환 매도로 인한 초단기 스와프포인트가 눌리며 전반적인 커브를 눌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금 관련 유출로 인한 영향도 있었겠지만,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며 "스왑 베이시스도 상호관세 유예 이전에 20bp 더 확대됐지만 추가 하락세는 제한됐다"고 말했다.

    외화유동성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채 매도세로 촉발된 다양한 베이시스 거래의 청산이 높은 변동성을 수반해 또 나타난다면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여러 자산군의 상관관계가 깨지는 모습을 보일 때는 역사적으로 크레딧 시장, 자금시장 등이 예상과 달리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채 금리는 이달 초 장기채를 중심으로 투매가 나타나면서 폭등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미국채를 포함해 달러화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악화함에 따라 달러 인덱스도 100선을 하향 돌파하는 등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 "외환시장 구조개선 성패 판단 이르다"

    작년 7월 시작된 외환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해 이 본부장은 성패를 판단하기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자율변동환율제 채택 이후 20년 넘게 변화가 없던 외환시장에 매우 큰 변화가 생겼기에 시장 참여자들도 이에 적응해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가받은 해외 금융기관인 RFI에 대한 거래보고 의무 완화, RFI 경상거래 허용, 적극적인 전자거래플랫폼 활용 독려 등은 시장의 피드백을 반영한 긍정적인 정책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 본부장은 다만 규제 완화 이후에도 시장의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나 시스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실무적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례로, 해외 투자자가 RFI를 이용한 제3자 외환거래를 할 때 일중 오버드래프트(overdraft·일시적 원화차입)가 필요한 사례를 현업에 적용하는 것 등 제도개선에도 안착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그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수탁은행(증권 보관기관)에 원화 자금을 보내야 하는 결제시한(컷오프 타임·Cut-off time)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역외 고객이 차액결제선물환(NDF)이 아닌 현물환을 문의하는 경우도 차츰 많아지고 있다면서 구조개선의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큰 역할을 담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또한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이 필요조건이라고 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한국 국채의 신용등급이 일본 국채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국채 뿐만 아니라 원화의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도도 현재보다는 명확히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의 국채 거래가 도입된 이후 이를 통해 FX와 채권을 모두 거래한 이력이 있다.

    이 본부장은 "외환시장 구조개선으로 인한 외은지점 역할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씨티은행은 트레이딩 규모나 고객 접점 측면에서 국내시장에서 존재감이 뚜렷해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고, 시장 규모가 확대될수록 은행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더욱 크고 중요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 후배딜러들에 "테일리스크 염두에 두고 거래하는 편이 좋다"

    이 본부장은 2009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서울지점 근무를 시작하면서 FX트레이딩 세계에 입문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BofA 뉴욕지점에서 이머징마켓 FX트레이딩을 담당했고, 2024년부터 한국씨티은행 자금외환파생운용본부의 본부장을 맡아 딜링룸을 이끌고 있다.

    딜링룸에는 3명의 FX트레이더와 2명의 이자율 트레이더가 소속돼 있다.

    그는 FX딜러의 매력을 "본인의 분석과 포지션이 시장에서 맞아떨어질 때 느끼는 성취감"에서 찾았다.

    아울러 FX를 다루다 보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를 늘 민감하게 지켜보게 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쌓을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후배 딜러들에게 "환율을 예상할 때 국제정치나 정세가 고려 요인에 들어가면 늘 분석이 어려워져 매크로 트레이딩에 어려운 환경이 된다는 점"에 대해 조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처럼 자산 간의 상관관계가 깨질 때는 기존의 캐리 트레이드, 지표에 의존한 거래는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어떤 일이든 테일 리스크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거래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딜러라는 직업을 계속해서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24시간 돌아가는 시장이지만 두뇌를 쉬게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나쯤 마련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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