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파월의장 해임' 해프닝으로 본 환율의 운명
(서울=연합인포맥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해임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외환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만료되기도 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임을 거론하면서 시장에 경고음이 울렸지만, 발언을 거둬들이자 새로운 변동성이 유발됐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과 트럼프의 해임 발언이 나온 후부터 지난 21일까지 99대에서 97.91까지 떨어졌으나 해임 발언이 취소된 23일에는 99.88대로 올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월 의장 해임 발언에 달러인덱스가 이처럼 흔들린 것은 달러의 신뢰도 때문이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5월까지 약 1년여 기간이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해임을 거론한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으로 평가됐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가져올 부정적 경제 효과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예상보다 높은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위험이 크다"며 "연준의 이중책무(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가 상충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관세를 전면에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로 여겨질 수 있다.
문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며칠 만에 또 말을 바꿨다는 점이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미 국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해임 생각이 전혀 없다"며 말을 주워 담았다.
파월 의장 해임과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달러 자산에 대한 의구심을 더했다. 이는 4월초에 상호관세와 주요국과의 보복관세 갈등에 달러 자산 엑소더스가 일어났을 때와 같은 행보다.
당시에도 미 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주식시장 역시 급락을 면치 못했다.
주요국 미 국채 매도설이 돌고,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5%를 웃돌자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관세 유예' 발언으로 냉각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이 때 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채 금리에 민감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또 말을 바꾸면서 시장이 안도했을까. 달러인덱스는 99대로 올랐지만 100선으로 올라서지는 못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말을 바꿀 수 있다는 정책 불확실성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파월 해임 발언을 철회했다고 바로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번에도 '금리'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재확인했다.
파월 때리기가 결국 '금리인하'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그가 옳은 일을 하길 바란다"며 "옳은 일은 금리를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파월 의장 해임과 취소 발언에 약간 흔들리는 정도에 그쳤다. 파월 해임 발언 이후 달러인덱스가 급락했을 때 달러-원 환율은 1,414.9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해임 발언이 취소된 후에도 달러-원은 1,431.20원까지 약간 올랐다. 일관되지 않은 미국 정책의 위험이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로 파월 의장이 해임되는 상황이었다면 내년 임기 만료 때까지 법적 절차가 이어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 연준 가버넌스 불확실성은 물론 연준 독립성에 대한 신뢰도 깨질 수 있는 위기였던 셈이다.
이런 위험이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달러 약세 국면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좀처럼 못 내린 상황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 서울환시 참가자는 "파월 해임 발언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도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는 없고, (시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바로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관세와 같이 묶여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신뢰도에 문제가 있어도 미국 관세 정책으로 우리 경제 여건이 어려워질 상황이면 원화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면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관세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 여건과 성장률이 낮아지는데 미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어떨까. 원화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환율이 하락하는 상황이라면 이 역시 마냥 건강한 환율 조정은 아니다.
파월 의장 해임은 해프닝이 됐고, 미중 협상도 관세율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만, 한국에 대한 관세 압박을 고려하면 달러-원 환율 하락 경로를 둘러싼 여건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은 이날 1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을 -0.24%, 전년동기대비 -0.1%로 발표했다. 아직 미국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지 않은 시점의 지표다. (경제부 시장팀 정선영 기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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