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일] 弱달러 계속될까…기축통화 지위도 '흔들'
  • 일시 : 2025-04-25 10:00:04
  • [트럼프 100일] 弱달러 계속될까…기축통화 지위도 '흔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아 '약(弱)달러'가 뚜렷한 기조를 나타내며 금융 시장의 화두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강세가 미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지난해 대선 당시 공약에서도 달러 약세 선호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최근 관세 정책 발표와 관련된 여러 발언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통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려 한다는 해석이 많아 달러 약세 기조가 얼마나 이어질지 여부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00)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개월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지난 11일부터 기준선인 100을 하회했다. 현재 99 초반대로 밀려나 등락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21일에는 장중 97.917까지 밀려나기도 해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달러 약세는 미국의 강경한 관세 조치에 대한 경계가 미국 자산 매도로 이어진 영향인 만큼 달러 약세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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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러라고 합의' 없이도 약해진 달러…美 자산 매도

    달러는 글로벌 무역과 금융에 사용되는 기축 통화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달러의 변동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달러가 약세를 나타낼 경우 외국 기업이 미국 사업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유로나 엔화로 환산할 때 그 가치를 떨어뜨린다. 또한 미국 소비자에게는 상품의 가격이 더 비싸진다

    런던에 본사를 둔 일본 은행 MUFG의 글로벌 시장 조사 책임자인 데릭 할페니는 "관세 충격을 환율이 충분히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확실히 부정적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현재의 달러 약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 없이도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 저하에 따른 것인만큼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러라고 합의는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 독일 통화의 절상을 유도한 것처럼 달러 약세를 위해 각국의 환율을 조정하려는 구상으로 미국이 동맹국들에 100년 만기 무이자 국채를 매입하도록 하고 보유한 달러를 매도하게 해 달러 가치를 낮추는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과 더불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 위협 등 연준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까지 부각되자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과 채권, 달러를 모두 팔아치우며 패닉을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시킬 의도가 없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다른 독립 기관인 전미노동관계위원회(NLRB)와 공직자징계위원회(MSPB)의 고위 인사의 해임 문제가 법적인 논란이 되고 있어 투자자들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지 않더라도 이미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에 미국 자산을 매도한 셈이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 자산이 팔리면서 각국의 자국 통화로 해당 자금이 환전되어 되돌아가고 있다"며 "이는 해당 통화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축통화 달러 지위도 흔들리나…"셀 USA 가속화"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도 위협받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공식 외환보유액 통계(COFER)에 따르면 달러는 올해 초 전 세계 준비금의 약 58%를 차지해 1999년 71%에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비전통 통화 보유액의 비중은 늘었다.

    IMF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 달러, 스위스 프랑, 중국 위안화와 같은 통화는 올해 초 전체 중앙은행 보유액의 11%를 차지했다. 1999년 2%에서 증가한 수치다.

    여전히 중앙은행 준비금과 세계 무역을 지배하고 있으나 달러 자산이 계속해서 쪼그라들 경우 리먼 브라더스 사태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처럼 시장이 불안정해질 때 달러가 최종 대부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중국과 브라질은 각각 10∼20%씩 보유한 미국 국채를 줄였고, 최근 1년간은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축소에 나섰다.

    미국에서 벗어난 자금들은 최근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인 일본으로 모여들며 대안을 찾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전일 발표한 주간 잠정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4월 들어 현재까지 일본 국채와 주식을 총 9조6400억 엔(약 675억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재무성이 1996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월간기준으로 최대 순유입 규모이며 유입된 자금의 약 3분의 2는 채권에 집중돼 이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최근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에서 개최된 파월 연준 의장과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전 인도중앙은행 총재)의 대담에선 경제 석학들의 달러 지위에 대한 불안감이 묻어났다.

    라잔 교수가 "전 세계적으로 달러 부족이 발생하면, 과거처럼 (각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묻자 파월 의장은 "물론이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러한 대화에 대해 "(달러의) '안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지만, 배경에는 미묘한 불안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핌코의 마크 사이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이 자초한 구조적인 달러 약세가 시작됐다"며 "보호무역주의로의 정책 전환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미국 투자를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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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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