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영국 총리처럼 쫓겨날래?"…트럼프 잡는 채권 자경단
  • 일시 : 2025-04-25 16:29:17
  • [트럼프는 왜] "영국 총리처럼 쫓겨날래?"…트럼프 잡는 채권 자경단



    [https://youtu.be/52gZbs0PHRM]



    천하의 트럼프도 무서워하는 상대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본드 비질란테(Bond Vigilantes), 우리말로 채권 자경단입니다.

    실제로 채권시장 내 자경단은 없습니다. 정부가 상식에 벗어날 때 채권 투매로 금리, 즉 정부의 이자비용을 끌어올려 징벌에 나서는 투자자를 모두 자경단이라고 비유합니다.

    트럼프가 불안하고 미국 정부를 믿기 어려워 모바일 앱으로 미 국채를 파는 개미도 자경단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징악이 아니라 손실이 무서워 국채를 던질 뿐인데 말이죠.

    이 명칭은 월가의 구루인 에드 야데니가 1983년에 처음 쓴 용어입니다.

    트럼프 2기 출범 전 CNN 등은 채권 자경단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를 했는데요. 실제로 이달 초 월가에선 '채권 자경단이 돌아왔다' '채권자경단이 홈런을 쳤다'는 보고서와 헤드라인이 쏟아졌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경단을 과소평가했다며 '채권 자경단에 드리는 사과'라는 글을 싣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9일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 데는 채권 자경단 역할이 컸습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발표 직후 국채 금리가 급등, 즉 국채값이 급락하자 발효 13시간 만에 유예를 선언했습니다.

    4일까지 급락하던 국채 금리가 7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는데요. 4일 연 4%를 밑돌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9일 4.5% 넘는 수준으로 급등했습니다.

    트럼프는 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채권시장은 까다로워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젯밤에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하는 것을 봤다"고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살짝 겁을 먹은 모습을 보이면서 말이죠. 늘 강한 모습만을 보이려는 트럼프가 채권 자경단 앞에서는 꼼짝도 못 했습니다.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 골프나 치던 트럼프였는데 말이죠.

    ◇ 정치인 떨게 하는 채권 자경단

    그도 그럴 만한 게 채권시장 폭락은 정치인에게 치명타입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22년에 취임했던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인데요. 재원 대책도 없이 감세안을 밀어붙이자 글로벌 채권시장이 즉각 반응했습니다. 영국 국채를 투매했던 것이죠. 영국 정부에 돈을 빌려준 입장에선 "이자와 원금을 어떻게 갚으려고 정부 세수를 줄이느냐"하고 따질만한 일이었습니다.

    시장금리 상승은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줍니다. 기업은 이자비용이 상승하니 투자를 못 하겠죠. 가계 입장에서도 대출금리가 올라 소비를 줄이고요. 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출렁입니다. 결국 리즈 트러스 총리는 취임 45일 만에 사임하며 최단기 총리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미국에서도 채권 자경단에게 항복한 사례가 있습니다.

    1994년 미국발 채권시장 붕괴를 '채권 대학살'이라고 부르는데요.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2년 차 때 이야기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993년 10월 연 5%대에서 1994년 11월 연 8%까지 치솟았는데요. 복지를 확대할 목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겠다는 클린턴 행정부의 계획에 시장이 투매로 답했습니다. 재원을 조달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국채를 더 공급하다 보면 시장원리에 따라 국채 가격이 내려갈 테니까요.

    한 해 동안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우리 돈으로 2천조 원 이상의 가치가 줄어든 것으로 기록되고요. 이 사건이 1990년대 후반 한국 외환위기의 도화선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당시 시장의 반응에 놀란 클린턴 행정부는 확장 재정 계획을 접고 균형 재정으로 선회했습니다. 클린턴 참모였던 제임스 카빌이 다시 태어나면 누구든 겁줄 수 있는 채권시장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명언을 남긴 사건입니다.

    ◇ 자경단 국적은 일본? 중국?

    트럼프를 잔뜩 위축되게 만든 채권 자경단은 구체적으로 누구일까요. 일본 또는 중국이라는 추측이 많이 제기되는데요. 두 나라가 각각 1조598억달러, 7천590억달러어치 미국 국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폭스비즈니스는 10년물 금리 급등을 두고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일본이 매도한 주체라고 보도했는데요. 백악관과 몇몇 대형 자산운용사를 취재한 결과 일본 쪽에서 투매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닛케이신문도 일본 투자자 사이에서 미 국채를 팔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에 보복할 동기가 충분한 중국도 유력한 후보입니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미 국채를 보유한 중국은 그간 미 국채 보유량을 꾸준히 줄였지만, 여전히 많은 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SMBC닛코증권은 중국이 관세 보복 차원에서 미 국채를 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고자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키는 행동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한 미 국채 매도가 룩셈부르크에서 나왔다는 단서가 잡혔는데요. 중국 측이 룩셈부르크 등에서 보관하고 있는 국채를 판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옵니다.

    ◇ 채권 자경단은 트럼프노믹스에 '최악'

    채권 자경단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무서워할 존재입니다.

    트럼프노믹스는 저금리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낮아야 제조업체의 이자비용이 줄어 투자와 일자리 창출,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 가능하고요. 정부 입장에선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듭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미 연방 부채는 35조4천600억(약 5경 700조 원)에 달합니다. 미 정부가 지난해 국채 이자로 낸 돈만 1조3천억 달러죠. 그래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금리를 내리라고 거듭 압박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저금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은 이른바 '미란 보고서'에 담겨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허드슨베이캐피탈이 발간한 41페이지짜리 자료인데요. 트럼프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스티븐 미란이 작성한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편 가이드'라는 리포트로, 현재의 트럼프 정책과 놀랍도록 유사성을 가져 화제가 됐습니다. 스티븐 미란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 경제책사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고요.

    요즘에는 채권 자경단에 이어 달러 자경단도 나타난 듯합니다.

    물론 트럼프는 저금리 약달러를 선호하지만, 달러 약세가 워낙 가파릅니다. 트럼프 취임 전 109.203이었던 달러화지수가 지난 21일 98.044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트럼프가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는 것이죠.

    채권 자경단에 더해 달러 자경단까지 트럼프 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는데요. 트럼프가 돌발적인 정책을 지속하는 한 미국 국채와 주식, 통화를 투매하려는 셀(sell) USA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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