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미 통상협의 대상에 환율 올라온 건 나쁘지 않은 뉴스"
"불확실성 확 커진 상황에서 무조건 금리 빠르게 낮출 순 없어"
(워싱턴=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과의 통상 협의 대상에 환율이 포함된 것에 대해 우리나라에 나쁘지 않은 뉴스라고 평가했다.
경기 반등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조건 금리를 빠르게 낮출 순 없다고 반박했다.
◇"기재부·美재무부, 정치에서 벗어나 환율 전문적 논의 가능"
이 총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협상 대상으로 올라온 것은 우리나라에 나쁘지 않은 뉴스"라며 "미국 재무부는 우리 기획재정부처럼 환율 관련 전문가 집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방식으로 환율 절하를 막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며 "미 재무부와 별도로 환율 문제를 얘기하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환율은 최근 몇 달간 정치 등 다른 이유에 의해 절하됐는데 그런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그것을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미 재무부와 기재부가 얘기하면 정치로부터 벗어나서 전문적인 얘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학자가 아니면 환율을 잘 모른다"며 "환율은 정치화되기 쉽기 때문에 전문가끼리 얘기하는 게 낫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4일 한미 재무·통상수장이 참여한 '2+2 통상 협의'에서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 나가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환율정책의 경우 기재부와 미 재무부가 별도로 논의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 총재는 한미 2+2 통상 협의의 전반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좋은 점은 협의의 프레임워크가 나왔다는 것"이라며 "논의 형식을 이해하고 합의한 거라 불확실성이 줄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좋은 제안이 있었다고 하니까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며 "얼마나 긍정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자율 인하 트렌드에 있어…불확실성 조심하며 낮춰야"
미국의 관세 조치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월에는 낙관적으로 봤다가 4월에 와서 그간의 조치들을 보니까 훨씬 (경제에) 영향이 커졌다"며 "(이런 영향이) 계속 커질지, 작아질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1분기 성장률이) 음수가 될 때에는 -0.1%라고 생각했는데 더 나쁜 쪽으로 나온 것 같다"며 "이게 기계적으로 (연간) 성장률을 낮추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세 충격 영향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데 며칠 사이 관세 문제가 어떻게 될지 확 바뀌어서 지금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재정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이자율은 물가가 많이 안정돼 인하 트렌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 얼마로 낮출지, 어느 속도로 낮출지는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 등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경기 부진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는 "스피드만 조정하고 있지 (기준금리를) 안 낮춘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세 번 낮췄다"며 "불확실성이 확 커진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빨리 갈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을 조심하면서 가는 게 당연하다"며 "중앙은행은 성장만 보고 갈 수는 없다"고도 했다.
정부가 12조2천억원으로 책정한 추가경정예산안 규모가 충분하냐는 질문에는 "어디에 얼마를 쓰라고 하면 정치적인 것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당분간은 재정에 관한 얘기는 안 하려고 한다"며 "재정은 받아들이고 그것에 의해 우리가 통화정책을 하는 방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wchoi@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