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한국물, 하루에 19억달러 쏟아졌다…북빌딩 흥행
국민은행·포스코홀딩스·동양생명 호조
조달 시장 분위기 반전, 증액 조달키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이슈가 부각되면서 이번 달 중순까지 발행시장이 문을 닫기도 했으나 지난주부터 달라진 기류가 감지되면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에만 세 곳의 발행사가 공모 달러채 북빌딩(수요예측)에 나서 총 19억달러어치 조달을 확정했다.
다양한 섹터의 기업들이 시장을 찾았지만 모두 흥행을 거두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달라진 분위기에 한국물 속속
KB국민은행(무디스 기준 'Aa3')과 포스코홀딩스('Baa1'), 동양생명(후순위채 'Baa3')은 전일 글로벌 채권 시장을 찾아 각각 7억달러, 7억달러, 5억달러 규모의 조달을 확정했다.
지난주 공모 한국물 발행이 재개되면서 이번 달 시기를 가늠하던 기업들이 속속 시장을 찾은 여파다.
가장 압도적인 수요를 확인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북빌딩 중 최대 100억달러를 웃도는 수요를 확인하는 등 인기가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북빌딩 결과 KB국민은행은 3년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을 각각 4억달러, 3억달러 찍기로 했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77.5bp, 82.5bp를 더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로 3년물 120bp, 5년물 125bp를 설정했으나 넉넉한 수요에 힘입어 스프레드를 낮췄다.
당초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국내 시중은행이 달러채를 찍기 위해서는 세자릿수 스프레드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관세 이슈가 부상하면서 한국물 유통금리가 확대된 데다 투자자가 요구하는 뉴이슈어프리미엄(NIP)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 이슈가 한풀 꺾인 데다 지난주 재개된 한국 발행물의 유통금리 축소세가 두드러지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된 모습이다.
지난주 한화퓨처프루프가 한국산업은행 보증으로 달러채를 찍은 데 이어 KT&G도 공모 달러채 데뷔전을 마쳤다. 이들은 발행 직후 유통시장에서 스프레드를 낮추면서 투자 심리를 북돋웠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꾸준한 발행으로 투자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다진 점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이어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으로서의 높은 상환 안정성이 부각됐다.
◇데뷔전부터 보험사 자본증권까지
같은 날 포스코홀딩스는 총 7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144A/RegS) 데뷔전을 마쳤다.
5년과 10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각각 4억달러, 3억달러 규모다. 모두 그린본드(green bond) 형태로 발행된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만기별로 발행액의 10배에 육박하는 주문을 확보하면서 인기를 드러냈다.
스프레드는 5년과 10년물 각각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137.5bp, 157.5bp를 더했다. IPG는 5년물 180bp, 10년물 200bp였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아시아 10년물 조달의 물꼬를 틔웠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10년물을 찍은 건 포스코홀딩스가 처음이다.
철강 산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이슈의 영향권에 속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드러날 수 있었지만,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굳건했다.
도리어 10년 장기물에도 견조한 매수세를 보이면서 포스코홀딩스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동양생명의 경우 넉넉한 투자 수요에 증액 발행을 결정키도 했다.
동양생명은 당초 3억달러로 계획했던 후순위채(Tier2) 조달 규모를 5억달러로 늘렸다. 만기는 10년이지만 5년 후 콜옵션 조건을 설정했다.
해당 채권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투자자 모집을 진행하는 유로본드(RegS) 형태로, 북빌딩에서 28억달러의 주문을 확보했다.
쿠폰금리는 6.25%로, 미국 국채금리에 240bp를 더한 수준이다. IPG는 285bp였다.
달러화 보험사 자본성 증권이 등장한 건 지난 2022년 이후 3년여 만이다.
동양생명의 경우 2020년 신종자본증권 데뷔전 이후 두 번째 발행이었으나 수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동안 꾸준히 글로벌 투자자와의 IR을 진행하면서 관계를 지속한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동양생명은 한국 보험업의 높은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보험사 후순위채의 경우 상각 조건이 없다는 점을 부각한 점도 상환 안정성을 높였다.
통상 한국 기업의 공모 달러채 북빌딩은 하루에 한두 건 정도만이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 관세 이슈로 이번 달 조달을 준비했던 기업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장 분위기가 나아진 틈을 타 발행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행히 지난주를 기점으로 시장이 다소 안정됐다. 이에 전일 세 곳의 발행사가 모두 흥행을 거두면서 한국물에 대한 굳건한 투자 심리와 넉넉한 글로벌 유동성을 확인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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