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달러 폭등, 제2의 플라자 합의로 이어질까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대만달러 가치가 며칠 사이 폭등하며 과거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다자간 통화 조정 메커니즘이 구축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일과 5일 이틀 사이 대만달러는 미국 달러 대비 9% 넘게 폭등했다. 이는 지난 198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이후 한국 원이나 역외 중국 위안, 홍콩 달러, 싱가포르 달러 등 다른 아시아 통화도 동반 급등하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환율 움직임을 넘어서 이면에 있는 정책적인 함의를 유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간 대만의 비교적 낮은 금리와 개방적인 금융 시장 등으로 대만달러는 저비용의 자금조달 통화로 자리를 굳혔다. 엔 캐리 트레이드와 유사하게 투자자들은 고수익 자산을 매수하기 위해 대만달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미국과 대만의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이 대만달러의 가치 절상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고,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빠른 포지션 청산이 나왔다.
무엇보다 대만 생명보험사들과 대만 수출업체의 집단적인 움직임은 대만달러화 폭등에 영향을 미쳤다. 보험사들이 보유한 미국 달러 표시 자산은 30% 이상이 환 헤지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 달러의 신뢰 하락과 미국 경제 우려로 보험사들이 보유한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는 급락했다.
대만 보험사들은 긴급히 헤지에 나서며 미국 달러를 팔고 대만달러로 자산을 조정했다.
롬바르드 오디에의 수석 거시경제 전략가인 호민 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만 생명보험사들의 환 헤지 비율이 연휴 혼란이 시장을 강타하기 전에 7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었다"며 "이들이 서둘러 자세를 바꾸는 것이 분명하다"고 풀이했다.
대만 수출업체 쪽에서는 미국 달러 약세를 우려해 결제 수요가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관세전쟁 중에 나온 이런 외환 변동성은 국가 간 경쟁 역학이 변화하는 조짐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외환중개업체 페퍼스톤의 딜린 우 전략가는 "대만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대만달러를 대량으로 매도하면 자국 수출 기업이나 보험사의 환율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주요 교역국엔 환율 조작국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그렇다고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이미 실물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직면한 압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우 전략가는 "(만약) 대만 외환 당국의 행동이 외부(미국) 압력의 선례가 된다면, 일본, 한국, 심지어 중국과 같은 다른 교역국들도 이에 동참해 '플라자 합의 2.0과 같은 메커니즘이 구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과정이 시작되면 미국 달러는 상당한 평가 절하 압력을 받을 것이고, 자본시장은 다시 한번 미국 예외주의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중앙은행은 5일 성명을 통해 이번 통화 급등은 투기 때문이며, 미국은 대만에 통화 가치 조정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최근 몇 년간 대만의 대미 무역 흑자가 늘어난 것은 환율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대만 정보통신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중앙은행은 환율을 조작하지 않으며, 대만은 최근 몇 년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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