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환율협상 본격 개시…원화 강세 기폭제 되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기획재정부가 미국 재무부와 공식적인 실무 환율 협상을 본격화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원화 강세 흐름이 가속할지 주목된다.
미국이 대미 무역흑자가 큰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우리나라에 대해 원화 절상을 통해 무역적자를 일부 시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마감 이후 한미 환율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달러-원 환율은 급반락했다.
1,420원 초반대에서 거래되던 환율은 순식간에 20원 넘게 밀렸고, 1,390원 초반대까지 저점을 낮췄다.
정규장 마감 이후 변동폭이 무려 31.50원에 달했다.
정부에 따르면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과 로버트 캐프로스 미 재무부 국제차관보(대행)가 지난 5일 밀라노에서 만나 1시간가량 환율 협상을 진행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협상 뉴스에 기계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환율이 급락했다면서, 유동성이 얇은 연장시간대 거래였기 때문에 반응이 더 폭발적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규 거래 때 뉴스가 나온 것이 아니어서 결제물량이나 저가매수 수요가 환율을 떠받칠 틈이 없었다면서 다음날 정규장이 시작되면 시장의 분위기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지난주 초반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간이자 우리나라 연휴 기간 대만달러 급등으로 달러-원 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이 1,350원대까지 밀렸던 점을 고려하면 아래쪽으로 더 열어둘 필요는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우리 정부가 환율 협상 소식을 공개한 것이 최근 환율이 다시 반등하며 하방경직성을 보인 데 따라 일종의 '구두개입'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때문에 '롱심리'는 어느 정도 꺾일 가능성이 크고 달러-원 상단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 시중은행 딜러는 "환율 협상 얘기가 이렇게까지 명시적으로 나온 마당에 달러-원 매수 포지션을 들고 갈 만한 심리는 많이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그렇다면 포지션 플레이보다는 수급에 따라 당분간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장이 아직 열리지 않아 패스트머니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봐야 할 것 같다"면서 "달러-원이 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깨져서 내려왔기 때문에 상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 환율 레인지를 매우 넓게 잡아놔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딜러는 "지난 연휴 기간에 달러-원 NDF 환율이 1,350원대까지 갔었던 점을 고려하면 "추가로 확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B 외국계은행의 딜링룸 헤드는 "환율이 최근 튀는 모습에 정부가 이같은 소식을 확인해준 게 아닐까 싶다"면서 "구두개입을 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원화 절상에 대한 기대가 다른 통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원화가 위안화보다는 대만달러와 엔화와 더 연동하는 모습이 최근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환율 협상 국면에서 세 국가의 통화가 한묶음처럼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헤드는 "달러-원이 역내에서 정규거래에 돌입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저점매수가 얼마나 나올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 외국계은행의 딜링룸 헤드는 "달러-원 환율이 뉴스가 나오자마자 20원 정도가 한방에 밀렸다"면서 "관건은 서학개미 환전 수요"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밤 서학개미가 미국 주식을 대거 매입할 가능성이 크고 이같은 환전 물량으로 인해 다음날 환율이 1,400원대를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헤드는 지난 연휴 기간 NDF에서 달러-원 환율이 급락한 것을 보고 과도한 움직임이 나왔다고 봤다면서 "당시 밀라노에서 한미 환율 논의했다는 정보가 샌 것이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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