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환율 살얼음판인데…기재부의 '헛발질 vs 전략'
  • 일시 : 2025-05-22 09:51:25
  • [현장에서] 환율 살얼음판인데…기재부의 '헛발질 vs 전략'



    (서울=연합인포맥스) 외환당국이 서울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무리한 통상협상을 요구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와중에 최근에는 주요국의 환율까지 문제를 삼으면서 외환시장의 출렁임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수차례 수십원의 변동폭을 보일 정도로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환율협상은 시장에선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21일 미국 우리나라와의 환율 협상에서 원화 절상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정부의 고위당국자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줬다는 게 골자다.

    이 소식에 달러-원 환율이 연장거래에서 20원 정도 순식간에 급락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한미간 환율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전혀 없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정부 당국자가 흘린 말 한마디와 이를 주워담은 해명에도 이미 훅 떨어진 환율 레벨을 다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14일 정부는 이달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국과 미국의 차관보급이 만나 대면 환율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2 통상협의'에서 환율 문제를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이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시장의 추측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당시 당국은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함구했다.

    환율과 관련한 당국자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 단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환율을 별도로 논의하기로 한 것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협상 채널을 구축해 비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미국이 표면적으로는 강한 달러를 원하고 있지만, 속내는 달러화 약세(원화 절상)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시장이 모르지 않음에도 말이다.

    간밤 진행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의 환율 협의에선 '환율은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관세와 연관 지어 최종적으로 협상을 타결할 때까지는 '시장의 원칙'에 따르고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설사 원화 절상이 필요해 보인다는 내심을 가졌다하더라도 이를 '발설'하는 것은 사실 원칙과 맞지 않다.

    시장에서 두려워 하는 것은 당국의 레벨 목표가 아니라 변동성 관리에 실패했을 때다.

    물론 일각에선 전략적 행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이달 초 대만달러 가치가 급등했을 때도 환율 협상 루머가 돈 것이 원인이 됐다.

    당시 대만중앙은행 총재 등이 나와 협상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달러-대만달러 환율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무려 1980년대 이후 최대 절상폭을 보였음에도 개입도 없었다.

    재밌는 대목은 전날 대만중앙은행 부총재가 나와 당시 전략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대만달러의 강세를 용인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중앙은행 부총재는 의회에 출석해 "이것은 전략(tactic)이다"라면서 "이렇게(대만달러 급등 용인) 함으로써 시장 기대를 가라앉힐 수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결국 사후에 협상의 내용을 인정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달러-원을 낮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대통령 탄핵과 부총리 사퇴 등으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중대한 협상이 이뤄지고 관련한 불분명한 추측성 소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당국은 '환율의 특정할 레벨을 타겟하지 않고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이같은 원칙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환율의 급변동은 시장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장 주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이같은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 같다. (경제부 시장팀 정선미 기자)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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