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급 성장률 0.8%…하반기 금리 2회 인하 가능성
21세기 세 번째 경제 위기 수준 저성장
집값·한미 금리차·환율 등 우려에 통화 완화도 한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은행마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눈높이를 0.8%로 낮추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횟수와 폭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을 우려해 금리를 상당 기간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만 통화완화의 속도를 높일 경우 환율 뿐 아니라 집값과 가계부채도 다시 들썩일 위험이 있다.
금리 인하에도 기대만큼 하반기 소비·건설투자 등이 살아나지 않을 경우, 한은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 반토막 난 성장률 전망…건설 경기가 하락 주도
한은은 29일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0.7%포인트(p)나 내렸다.
연 성장률 0.8%는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0.7%) 이후 가장 낮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같은 수준이다.
성장률 수치만으로 보자면, 지금이 2000년 이후 세 번째 경제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은에 따르면 전망치 하락 폭(0.7%p) 가운데 0.4%p를 건설 경기가 끌어내렸고, 관세전쟁으로 타격을 받은 수출과 민간소비도 각 0.2%p, 0.15%p 성장률을 깎았다.
미국 관세율이 올해 말까지 상당 폭 인하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조차 올해 성장률은 1%를 넘지 못하고 0.9%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 3년 반만에 연말 2.00% 금리 시대 올수도
경기 전망이 크게 어두워진 만큼,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창용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3개월 내 2.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하반기 2회 추가 인하 전망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0.25%p씩 두 차례 더 낮추면, 올해 말 기준금리는 2.00%까지 떨어진다. 2.00%의 기준금리는 2022년 6월(1.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1%p 기준금리를 낮추면 6∼12개월 시차를 두고 한국 경제 성장률을 0.1∼0.2%p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따라서 한은이 연내 8월과 11월 두 차례 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도 "아직 금리가 긴축적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국내 경기가 정상 수준을 벗어났을 때 한은이 금리로 경기에 대응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하반기 2회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 한은, 금리인하 속 '영끌' 재점화 가장 우려
하지만 한은이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계속,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출 수는 없다.
이 총재는 이날 "경기가 이렇게 나쁜데 빅컷(0.5%p 인하)은 고려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지금 시장 유동성은 충분한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춰 유동성을 더 공급하면 코로나19 때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이 총재가 말하는 실수는 2020년 3월 금통위가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대응해 빅컷(1.25→0.75%)에 나서고 같은 해 5월 추가 인하를 통해 0.50%까지 떨어뜨리자, 초저금리 속 레버리지(차입) 투자 열풍으로 수년간 집값이 급등한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는 "특히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유동성 추가 공급은 기업 투자나 실질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코로나19 때 경험"이라며 "금통위원 6명 모두 금리를 내리더라도 성장률뿐 아니라 서울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봐가며 결정해야 한다는 데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통화 완화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4.25∼4.50%)한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큰 폭의 관세 인상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세 둔화, 실업률 증가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금리를 묶고 관망하는데 한은만 계속 금리를 낮추면, 이미 현재 역대 최대 수준(2.00%p)까지 커진 미국과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어렵게 최근 1,300원대에서 안정된 환율이 다시 뛰면, 지난 4월 금통위 당시처럼 금리를 낮춰 경기를 살리고 싶어도 통화 정책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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