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라이빗 크레디트, 다음 금융위기 '증폭자' 될 수도"
미 규제당국·민간 전문가 공동 보고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국 경제 전문가들과 규제 당국자들은 프라이빗 크레디트(민간 신용)가 현재 대형 은행과 보험사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다음 금융위기 시 '전염의 중심지(locus of contagion)'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라이빗 크레디트는 은행 외의 투자 기관들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직접 대출이나 채권 형태로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통적인 금융기관이 아닌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보험사, 연기금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기업에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금융 활동이다.
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크스와 새밈 가마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이코노미스트, 안토니오 와이스 전 재무부 수석 고문 등은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서 프라이빗 크레디트 펀드가 은행 시스템과 새롭게 연결되면서 시스템 리스크 요인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프라이빗 크레디트가 불투명하고 금융 네트워크에서 연결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어 미래의 금융 위기를 불균형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자 규제를 덜 받는 프라이빗 크레디트 펀드들이 고위험 기업 대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프라이빗 크레디트가 시장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분석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 중 하나로 공시 자료와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의 주가 흐름을 활용해 민간 신용 산업의 '간접 지표'로 삼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시장 불안 시기에 BDC의 주가 변동성은 다른 금융 섹터와 점점 더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었다.
보고서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위기 전보다 연결이 훨씬 더 촘촘해졌다. 과거엔 은행이 중심이 되는 '허브 앤드 스포크' 모델이었다면, 지금은 민간 신용, 특수 금융사, 보험사 등이 대출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브 앤드 스포크 모델은 허브(중심 기지)를 중심으로 자전거 바퀴살(spoke)처럼 루트를 퍼져나가게 구성하는 모델로 은행이 중심이 된 대출체계를 뜻하는데, 금융위기 이후엔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축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프라이빗 크레디트 업계는 자금을 예금이 아닌 장기 자본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은행보다 '자금 인출 위험(run risk)'에 덜 민감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은행들이 파트너십, 펀드 자금 조달, 구조화된 리스크 이전(Structured Risk Transfer) 등을 통해 점점 더 프라이빗 크레디트와 비은행 금융회사들과 연관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은행들이 자산을 대차대조표 밖으로 이전하면서도 실질적인 신용 노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스턴 연방준비은행도 지난달 은행들이 프라이빗 크레디트 펀드와 유사한 구조와 연계되며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최근 발표에서 "프라이빗 크레디트의 다양한 신상품과 자산군은 아직 시장 사이클을 충분히 겪지 않았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프라이빗 크레디트 산업은 대출 관련 데이터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금융 규제 당국은 이들을 '시스템 리스크 감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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