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의 글로브] 극과 극은 닮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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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다양한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트럼프를 발끈하게 했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를 비롯해 'MAGA(Make America Go Away·미국을 사라지게 하자)', 'MEGA(Make Europe Great Again·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FAFO(Fuck Around and Find Out·함부로 행동하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 등이 온라인상에서 유행하고 있다. 트럼프가 야기한 각종 사회·경제적 혼란을 비판하고 비꼬는 말이다.
이 어지러운 알파벳들 사이에서 또 다른 신조어 하나가 트럼프 비판론자들 가운데서 조용히 언급되고 있다. 바로 'MAGA 마오주의(MAGA Maoism)'다.
이 용어는 트럼프의 대표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마오쩌둥 사상(Maoism·마오주의)을 합친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사상과 정책이 그 누구보다 중국을 닮았다는 것, 그것도 중국 사회의 격변을 초래했던 마오쩌둥의 정책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마오쩌둥의 대표적인 정책을 꼽으라면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들 수 있다. 대약진운동은 마오쩌둥이 중국을 단기간에 사회주의적 '공업' 국가로 발전시키기 위해 1958년부터 1962년까지 추진한 대규모 사회·경제 운동을 말한다. 농산물 및 철강 제품 증산 계획 아래 인민공사가 세워져 국민재산의 공유화가 이뤄졌다. 집집마다, 마을마다 작은 용광로를 세우는 뒷마당 제철소(backyard furnaces) 정책이 추진돼 농민들까지 철 생산에 동원됐다. 다만 비과학적인 생산방식과 잘못된 기술 지도로 생산력이 급감해 경제가 오히려 혼란스러워졌고, 광범위한 기아마저 발생했다.
미마키 세이코 일본 도시샤 대학 대학원 글로벌 스터디즈 연구과 준교수는 최근 주간지 다이아몬드 기고에서 "당시의 중국과 현재의 미국은 경제 발전 단계가 크게 다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보면 (당시 중국과 같이)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위해 단기적으로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다이아몬드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중국과의 경제 패권 다툼에서 우위에 서려는 목적임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정책이 과거 중국의 대실책과 비견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정부에서 가장 시장을 잘 안다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조차도 관세 정책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 상승은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 실패로 실추된 자신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해 문화대혁명을 추진했다. 이른바 '홍위병'으로 알려진 젊은 세대를 동원해 현실주의 노선을 추구하던 당 간부를 축출하고 교육자와 지식인을 탄압하는 반지성주의를 추구했다. 이 역시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하버드에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했으나 하버드는 이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트럼프 정부는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고, 외국인 학생을 등록받을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기초과학 연구를 검열하고 지원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지난달 초 발표된 2026년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예산안에서 국립과학재단(NSF) 예산은 50% 이상 삭감됐고, 국립위생연구소(NIH)·해양대기청(NOAA)도 예산 축소와 직원 해고의 대상이 됐다.
이 틈을 타 유럽연합(EU)은 '유럽을 선택하세요(Choose Europe)'로 명명한 과학 연구 종합지원 계획을 내놨다. 유럽을 연구자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한 5억 유로(약 8천억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 세계로 대규모 두뇌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필 닮아도 현재의 중국이 아닌 과거의 중국을 닮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마키 준교수는 "트럼프가 미국판 문화대혁명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은 21세기 과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 등 중국 근현대사의 최악의 부분을 '모방'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은 미국 근현대사의 가장 좋은 부분을 도입해 미국에 대한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국민의 희생을 무릅쓰고 MAGA 마오주의를 강력히 추진, 미국의 쇠락을 이끌었다'는 최악의 레거시(유산)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이런 미국의 변화는 언제까지, 어디까지 진행될까.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정된 현상일지 아니면 전지구적인 축의 이동의 시작된 것인지 아직 불분명하다.
어쩌면 우리가 알던 미국의 모습은 다시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을 열어둔 채 우리도 다양한 대응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국제경제부장)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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