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손들 '미국 자산' 이탈 가속…포트폴리오 재조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과 부채 급증으로 인한 재정 불안 우려 등으로 글로벌 대형 투자기관들이 미국 자산 비중을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운용자산 7천800억달러 규모의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최고경영자(CEO) 세스 번스타인은 "미국의 재정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며, 지금처럼 계속 차입을 이어가는 것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무역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과 결합되면 과연 미국 자산에만 집중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는 생각을 투자자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 사모투자회사 한 고위 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발표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 바로 미국 비중이 지나치게 컸다는 사실을 많은 투자자들이 자각한 순간이라고 평했다.
최근 캐나다 2대 연기금인 CDPQ(퀘벡예탁투자공사)는 현재 40%인 포트폴리오 내 미국 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영국·프랑스·독일 등으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털 공동창업자는 "미국은 지난 100년간 최고의 투자처였지만, 요즘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가 약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향성을 반영하듯 미국 자산은 약세를 보이고, 유럽과 신흥시장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2% 미만이지만 유럽 Stoxx 600 지수는 9% 상승했다.
달러는 연초 대비 9% 하락하며 3년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리처드 올드필드 슈로더스 CEO는 "투자자들이 미국 비중 축소에 나서고 있는 초기 신호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톰 나이즈 블랙스톤 부회장은 "유럽 정부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자금을 유럽으로 돌리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 기반 투자사 뉴버거 버먼은 올해 유럽 내 사모 공동투자(co-investment) 비중이 65%로 최근 수년간 기록했던 20~30% 수준에서 대폭 상승했다.
조아나 로차 스카프 뉴버거 버먼 유럽 사모펀드 총괄헤드는 "관세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내 정치 불안정성과 새로운 세제안도 비거주 투자자에게 부담"이라며 "유럽 투자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대안을 찾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막스는 "유럽은 여전히 성장 정체와 과도한 규제를 안고 있고, 중국 시장은 구조가 복잡하다"며 "대규모 자본을 흡수할 수 있는 대안 시장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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