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흔들리는 지표 신뢰…"연준, 데이터 안개 속"
  • 일시 : 2025-06-09 09:00:01
  • [뉴욕은 지금] 흔들리는 지표 신뢰…"연준, 데이터 안개 속"



    (뉴욕=연합인포맥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패트릭 하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외신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산출하는 주요 경기지표의 품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커는 "미국 정부를 포함해 데이터 품질이 좋지 않고 개선되지도 않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데이터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지표가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점점 더 장님 비행을 하고 있는 셈이거나 최소한 반쯤 장님 상태"라고 지적하며 통계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정책 당국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기관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구성원이 공개적으로 정부 통계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커는 은퇴를 앞뒀던 만큼 이같이 솔직하게 본인과 주변의 우려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커의 발언은 지난주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소비자물가지수(CPI)의 데이터 수집 범위를 축소한다고 발표한 뒤 나온 것이다. 노동통계국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비농업 고용지표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지표를 산출하는 기관이다.

    BLS는 4일 'CPI 수집 축소에 대한 공지' 자료에서 "BLS는 전국적으로 표본을 축소하고 있다"며 4월에는 네브래스카주 링컨과 유타주 프로보에서 CPI 데이터 수집을 중단했고 6월에는 뉴욕주 버펄로에서 수집을 전면 중단했다고 전했다.

    BLS가 표본을 축소하는 것은 인력과 예산 부족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BLS가 직접 사유를 밝히진 않았으나 "BLS는 현재 재원이 더 이상 수집 작업을 뒷받침할 수 없을 때 축소를 실시한다"고 간접적으로 사유를 시사했다.

    이같은 소식에 미국 정부와 월가 안팎에선 미국 정부 통계의 신뢰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무부에서 근무했던 예일경제연구소의 에르니 테데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CPI 조사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며 데이터 축소에 따른 오류는 물가상승률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월가가 경계하는 부분은 물가 지표의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로 이는 미국 상무부가 산출한다. 하지만 CPI 또한 연준의 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근거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BLS의 결정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연준은 이미 불확실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데이터 안개(data fog)로 들어갔고 연준 입장에선 데이터 안개를 더욱 짙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더 우려하는 부분은 비단 BLS의 이번 조치가 CPI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에는 CPI 수집 축소에 대해서만 밝혀졌으나 BLS가 산출하는 비농업 고용지표 또한 예산 부족으로 질적 저하를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BLS가 매월 발표하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사업체 대상의 기업체 조사(Nonfarm Payroll)와 가구 대상의 가계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CPS)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가계조사(CPS)는 매월 약 6만 가구를 대상으로 고용 상태를 파악하는 표본조사로, 실업률 등 핵심 지표 산출에 사용된다.

    BLS는 지난 4월 가계조사(가구 대상으로 한 고용조사)의 표본틀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경미한 집계 오류가 발생했음을 시인하고 6월 6일 일부 수치를 정정했다. 해당 오류로 실업률이나 경제활동참가율 등 주요 지표는 영향이 없었다고 BLS는 강조했다.

    그러나 표본 재설계 과정에서 응답 편차나 일시적 통계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례로 드러났다. 이는 향후 고용 데이터의 연속성과 정확성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이 지난 3월 학계 경제학자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대다수 응답자는 "통계 인력 축소와 전문가 자문위 해산 등의 조치로 정부 경제통계 신뢰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률이나 신규 고용 증감 등의 통계에서도 정확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UBS의 앨런 데트마이스터 이코노미스트는 표본 수를 줄이면 "표본 오차가 커지면서 CPI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월간 지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이것이 큰 문제인지 작은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방향적으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BLS의 전직 국장을 지낸 윌리엄 비치도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질 위험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 통계는 언제나 '골드 스탠더드(금본위)'처럼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며 예산·인력 문제로 타협하기 시작하면 통계 수치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국민의 신뢰도 추락한다고 경고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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